초나라를 접수하다④

물론 초나라 사신은 초회왕에게 장의가 크게 다쳐 약속을 이행치 못하고 있다는 전갈을 보냈다. 그 말미에 초나라가 제나라와 절교를 분명히 하지 않아 약속을 이행치 않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초회왕은 사신의 전갈을 받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단정 짓고 이번에는 제나라에 사람을 보내 왕의 면전에서 그를 크게 꾸짖었다.

“제나라 왕은 들어라. 초나라는 그대의 나라와 동맹을 파기하고 이제부터 진나라와 동맹을 맺을 생각이건만 어찌하여 그 끈을 놓으려하지 않느냐. 이것은 무례한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고의적인 모욕을 당한 제왕은 사신을 죽이고 크게 분노하여 초나라와의 절교를 선언했다.

이즈음 장의는 몰래 제나라로 사신을 보내 제왕을 설득했다.

“초나라가 일방적으로 동맹을 파기한 것은 대단히 모욕적인 일이옵나이다. 더욱이 사신을 보내 대왕 앞에서 방자한 행동을 하도록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처사라 사려되옵나이다. 따라서 진나라와 동맹을 맺는다면 초나라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옵나이다.”

사신의 말에 제왕은 즉시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동맹을 체결했다.

이렇게 해서 진은 초·제 동맹을 파기하고 제나라와 동맹을 맺게 되었다.

전갈을 받은 장의가 그제야 굳게 닫혔던 대문을 열고 초나라 사신을 맞았다.

장의는 자신의 불찰로 다리를 다쳐 결례를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그때까지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승상, 제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 대왕마마와의 약속을 지키셔야 되질 않겠습니까?”

사신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럼요. 지켜야지요. 늦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봉읍에 6리의 땅이 있어 그것을 대왕께 헌납하기로 했지요.”

장의는 태연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듣자 사신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만 끔벅거렸다. 곧이어 얼굴색이 돌변했다. 울그락 푸르락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노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눈초리가 치켜 올랐다. 잠시 뒤에 거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분명히 약속하시기는 6백 리의 땅을 헌납하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사신이 정색을 하며 반문했다.

“제가 언제 6백 리의 땅을 헌납한다 했소이까? 그것은 회왕께서 잘못 들으셨겠지요. 제가 무슨 재간으로 6백 리의 땅을 초나라에 헌납할 수 있겠소이까?”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3개월이나 수시로 무시로 찾아왔었고 또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이제 와서 6리의 땅이라니. 사신은 더 이상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고작 6리의 땅을 얻기 위해 자신이 3개월 동안 발이 닳도록 장의의 집에 드나들었다는 것이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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