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교수


부동의 ‘성은을 아조 닛고’ 외

성은(聖恩)을 아조 닛고 고당학발(高堂鶴髮) 모르고져
옥중에 싀여진 줄 뉘 타슬 하단 말고
뎌 임아 널노 된 일이니 네 곳칠가 하노라

부동은 기녀로 생몰 연대 미상으로, 이 시조는 춘향과 이도령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을 위해 임금의 은혜를 아주 잊고 늙으신 부모님도 몰라보고 싶구나. 이도령의 말이다. 옥중에서 죽게 된 춘향이를 누구 탓이라 하겠느냐. 저 님아. 이도령으로 인해 이렇게 된 일이니 님이 고쳐주시길 바라나이다. 춘향이의 말이다. 사랑이 충과 효보다 더 위에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춘향은 부동 자신이다. 옥중의 죽음은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님이 나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분 제약 때문에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하지 못하는 심정을 이도령과 춘향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춘향이 네롯더냐 이도령 귀 뉘러니
양인인심(兩人人心)이 만겁(萬劫)인들 불을소야
아마도 이 마암 비최기는 명천(明天)이신가 하노라

춘향이 너이더냐 이 도령이 그 뉘이더냐, 두 사람이 한마음 되어 오랜 세월 살 수만 있다면 부러울 게 어디 있더냐. 아마도 이 마음 알아주는 이는 대명천지 하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천에 하소연하고 있으니 심정인들 오죽이나 답답하랴. 기녀 신분으로 영원히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나 그래도 하늘이 알고 있으니 그렇지 않다고 항변이라도 하는 것인가.

청조가 유신(有信)타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백리(百里) 수성(水城)이 약수(弱水)도곤 머돗던가
지금에 무소식하니 잠 못 닐워 하노라

님은 화자 곁을 떠났다. 그리운 님 소식을 알고자 신의가 있는 청조를 보냈으나 그 청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청조가 유신하다는 말이 허랑하다는 것이다. 백리 수성이 어디 약수보다야 멀겠는가. 지금도 소식이 없으니 전전반측 잠을 못 이루겠다는 것이다. 청조라 한들 님의 소식 전해주지 못하니 님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을 어찌하겠는가. 청조는 ‘한무고사’에 나오는 말로 반가운 사자나 편지, 선녀 등을 이르는 말이다. 한시나 시조에서 소식이 돈절할 때 님을 대신해 자주 등장하는 새의 이름이다.

옛날 한무제의 창 앞에 푸른 새 한 마리가 와서 울었다. 신하에게 무슨 새냐고 물었더니 동방삭이 “서왕모가 오늘 밤 내려온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새”라고 말했다. 그 날 밤 서왕모가 하강해 한무제와 인연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렇게 파랑새가 물고 있는 편지는 서왕모가 온다는 언약이며, 또한 님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왕모는 중국 서쪽 곤륜산에 있는 여신으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절세의 미녀다. 곤륜산 밑에는 약수라는 강이 흐르고 있어 용 이외의 자들이 건너려고 하면 빠져 죽는다고 한다. 그런 약수보다 멀지 않은 데도 님 소식이 없으니 하 답답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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