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見物生心)에 도로에 떨어진 남의 돈을 주운 뒤 돌려주지 않은 50대 남성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됐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당시 다른 이가 주운 돈마저 ‘내 돈’인 양 내놓으라 하는 황당한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3일 도로상에 떨어진 80만 원 상당의 지폐를 챙긴 혐의(점유이탈물횡령)로 A(5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6일 오전 8시 50분경 대전 대덕의 농수산물시장 인근 도로에서 B(60) 씨가 ‘돈 봉투’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발단이 됐다.

이날 오전 B 씨가 일을 보기 위해 잠시 자신의 차량 외부에 80만 원 상당의 5만 원·1만 원권 지폐가 든 돈 봉투를 올려놨다가 그 사실을 깜박 잊은 채 다시 차량에 탑승해 차를 몬 것이다. 이 같은 실수로 B 씨의 돈 봉투는 도로상에 떨어졌고 이후 다른 도로를 지나는 다른 차량들이 봉투를 밟고 지나가 지폐 수십 장이 공중에 휘날렸다.

지폐가 도로가에 떨어져 있는 소동을 목격한 A 씨와 한 중년여성은 서로 앞다퉈 달려와 떨어진 지폐를 줍기 시작했다. A 씨와 중년여성은 경쟁하듯 돈을 주웠는데, A 씨는 돈을 줍는 중년여성을 보며 ‘주운 돈을 내놔라’고 소리쳤다. 중년여성은 A 씨의 요구에 황당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돈을 건넸다. A 씨는 자신이 줍고 중년여성이 건넨 것까지 합쳐 80만 원 상당의 돈을 챙긴 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나 A 씨의 이 같은 범행은 결국 꼬리를 밟혔다. 대덕서 생활범죄수사팀은 ‘돈봉투를 잃어 버렸다’신고를 받은 뒤 CCTV 조사와 10여 일간의 잠복수사를 통해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며칠 뒤 옷을 바꿔 입고 인근 농수산물 시장에 들렀다가 그의 인상착의를 알아본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경찰조사에서 A 씨는 “돈이 떨어져 있어 주웠다. 다른 중년여성이 주운 돈도‘경찰서에 주운 돈을 전달하겠다’고 말하고 받았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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