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벧엘의집이 노숙인자활시설 울안공동체, 대전시 쪽방상담소, 무료진료소 희망진료센터로 행정체계를 분리하면서 홈페이지도 개편하기로 하고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말을 통해 벧엘 비전과 목표를 설명하기로 했다. 사실 벧엘의집은 각 기관이 출발하면서 고백했던 창립선언문이 있기에 어느 정도 벧엘정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벧엘이념을 이해하는 데 2% 부족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인사말이라는 형식을 빌려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사말의 제목을 ‘인간다움의 세상을 위하여’라고 잡았다. 벧엘의집이 사회선교센터이기에 신학적인 언어나 성경말씀으로 벧엘의 이념과 목표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하나님의 구원역사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최초 인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선교센터인 벧엘의 최종목표도 모든 사람과 공동체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다움의 세상을 꿈꾸는 것은 벧엘의 지극히 당연한 목표이기에 그렇게 정한 것이다. 다음은 인사말의 일부이다.
“…(생략) 우리 벧엘의집은 성서에 나타난 나그네, 과부, 고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신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며, 사회적 성화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웨슬리 목사의 신학을 선교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한국교회가 초기 선교사역에서 사회선교를 선교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민족문제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시대정신과 가난한 사람들과 늘 함께하려던 한국교회의 사회신경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세워진 곳입니다. 벧엘의집은 야곱과 같이 성공한 인생을 살아보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때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의 비전을 찾은 것처럼 거리에서 방황하며 인생의 참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벧엘의집에서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가꾸어 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벧엘의집은 이 땅에서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으로 출발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창립 때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자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이런 창립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7대 목표 중 중요한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인 교회 → 세상 → 하나님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에 그리스도가 있는 상태로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직접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직접 역사에서 일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일로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십니다. 세상을 밝게 하고 아름답게 구원하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고 이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교회는 구체적 협력자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밖에 있는 소외되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돼야 합니다. 예수님의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처럼 교회의 관심은 옥에 갇히고, 헐벗고, 굶주리고, 외롭고, 나그네 된 사람들을 향해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선교의 본질인 것입니다.
둘째로 세이비어교회의 영성과 사역공동체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기독교 공동체가 걸어가는 길을 두 가지로 함축하면 하나는 내적인 길, 즉 내면을 향한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발견함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으로, 이를 일컬어 우리는 영성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의 길은 외적인 길, 즉 바깥으로의 여정이라고 말합니다. 외적인 길은 그리스도처럼 일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천하는 선교와 사역을 말합니다.
셋째로 지역사회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소위 빈곤지역이라고 하는 쪽방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회복지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당사자들과 연대하여 함께 문제를 찾고 그 문제의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넷째로는 새로운 교회인 빈들공동체(새로운 교회)의 지평을 넓혀 가자는 것입니다. 새로운 영성공동체, 사역공동체, 생명평화 공동체를 지향하며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새로운 교회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빈들공동체의 이념을 실현하는 장이 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벧엘이 꿈꾸는 이상이요, 이루어가야 할 목표이지요. 함께 손 잡아주십시오. 그래서 벧엘이 꿈꾸는 새로운 길,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갑시다.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으로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해 갑시다”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밝혔듯이 벧엘의 모든 일꾼들은 벧엘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길을 가다 보면 때로는 실수도 하고 갈피를 못 잡아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벧엘정신을 실현하고자 오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해….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