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함께 살아갈 권리②

(지난주에 이어)‘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첫째, 낙인적, 현상적 노숙인에 대한 정의를 수정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에 대한 개념 규정에 대한 역사를 보면, 먼저 지난 1975년 내무부 훈령 제410조인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조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지침에 나온 부랑인에 대한 정의입니다. 훈령에 따르면 부랑인이란 ‘일정한 주거가 없이 광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정류소 등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걸인, 껌팔이, 앵벌이 등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부랑인을 말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는 부랑인을 단속의 대상, 수용의 대상으로만 여겼지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지난 1987년 3월 22일 부랑인 시설인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을 계기로 부랑인 보호업무가 내무부가 아닌 지금의 보건복지부인 보건사회부로 변경되면서 내무부 훈령이 아닌 부랑인 선도 시설 운영규정이 만들어졌는데, 훈령 제523호에 따르면 부랑인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무의탁한 사람 또는 연고자가 있어도 가정 보호를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거리를 방황하면서도 시민들에게 위해와 혐오감을 주는 등 건전한 사회 질서의 유지를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결함으로 정상적인 사고와 활동 능력이 결여된 정신착란자, 알코올 중독자, 걸인, 앵벌이, 18세 미만의 불구 폐지자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여전히 부랑인에 대한 정의는 낙인적이고 부정적이며 단속의 대상이었습니다.

다행히 지난 2012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그동안 낙인적이고 부정적인이었던 정의는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상적으로만 노숙인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률 제2조에 의하면 ‘노숙인 등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숙인은 사회의 부적응 자도 인격적으로 모자란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가난해서 집이 없을 뿐이고, 노동시장에서 밀려났기에 직업이 없을 뿐이고, 건강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노숙인에 대한 정의에 쪽방, 고시원 등 주거취약계층을 모두 포괄해야 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생겨난 빈곤층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노숙인 의료지원 체계를 개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령에는 건강권이 명시돼 있습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건강권 등)에는 ‘모든 국민은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이 건강권은 적용돼야 합니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법에 의하면 노숙인이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려면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 입소자 중 ‘노숙인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에 따른 노숙인으로 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으로서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의료서비스(진찰, 검사, 치료 등)가 필요한 사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체납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전히 노숙인에 대한 차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숙인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선정기준 완화와 함께 중요한 것은 거리 노숙인이나 쪽방 생활인의 의료보장체계 마련입니다. 현행법에는 거리노숙인이나 쪽방 생활인은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도리어 거리에 있는 노숙인은 다른 노숙인에 비해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고, 쪽방생활인도 노숙인 범주에 포함되므로 노숙인 의료급여체계에서 제외돼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 노숙인 진료시설 당연지정제 폐지입니다.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병의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병의원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노숙인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숙인을 위한 것이 아닌 단지 노숙인 등 복지사업 지침에서 임의로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회의 균등,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으므로 노숙인 진료기관 지정병원제도는 폐기돼야 할 것입니다. 샬롬.(다음 주에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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