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기획조사부장

이달 중순경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1994년에는 일생의 노력을 통해서 개인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60.1%에 달했지만 2015년엔 21.8%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부정적 응답은 같은 기간 5.3%에서 62.2%로 수직상승했다. 이러한 계층이동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세대 내에 그치지 않고 세대 간 계층이동 가능성 인식에도 그대로 나타나 10명 중 5명이 자녀세대의 상향 계층이동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이동에 대해 이와 같이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득집중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계층이동의 주된 요소로 여겨져 왔던 학력 격차가 계층 간에 더욱 커지는 등 계층이동 기회가 축소된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교육이 계층이동에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은 최근 발표된 몇몇 논문이나 보고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회학회가 이달 초 발간한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실린 세대별 상급학교 진학 양상을 부모의 사회계층과 결부해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30대의 부모 계층별 대학진학률이 자본가 85.53%, 관리자·전문직 87.55%, 도시자영업자 73.66%, 농촌자영업자 59.71%, 노동자 64.21%로 전문직과 농촌자영업자 계층간 진학률 차이가 27.84%포인트로 나타났다. 한편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이 두 계층 간 진학률 격차가 40%포인트(48.44%, 8.43%)로 더욱 벌어졌다. 또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이 학력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9년새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역사를 보면 일부 원시사회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존재했으며 어느 정도의 격차는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순기능을 나타내기도 했다. 즉 이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유인이 되기도 하며 나아가 교육 등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이고 기업가 정신을 자극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격차가 사회·경제적 부작용에도 사회에 순기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회구성원들에게 계층상승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져 구성원들이 계층이동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을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나란히 성장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우리 나라와 같이 저출산 현상이 날로 심화돼 우수한 인적자원의 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하위계층 자녀들의 능력이 그들의 불리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제대로 개발되지 않고 사장된다면 이는 그들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할 수 없이 큰 손실이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와 같이 계층구조가 점점 더 공고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계층이동성의 회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층이동성 회복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하에 우리 사회가 경제, 교육,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이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임은 물론 관련 정책입안 과정 등에서도 자칫 소외되기 쉬운 하위계층의 요구와 의견에 더욱 진솔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속히 우리의 계층이동 사다리가 보다 튼실해져서 개천에서도 드물지 않게 용이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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