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입안에 물집 잡히면 의심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245개 의료기관의 표본감시체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수족구병 환자발생 수 및 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표본감시 분석 결과 광주 4.13%(296명), 충남 1.31%(119명), 울산 1.29%(44명) 순으로 환자 수가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1∼3세에서 73%가 발생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창궐해 아이들을 괴롭혀온 고질적인 계절성 전염병 수족구병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수족구병이란.손(手), 발(足), 그리고 입(口)에 물집이 생긴다고 해서 말 그대로 ‘수족구병’이라고 부르며, 영어로도 ‘Hand-Foot-Mouth Disease’라고 한다.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들이 주로 걸리는데 어린 아이일수록 면역력이 약해서 심하게 앓는다. 증세가 수두와 비슷하지만, 수두는 물집이 몸통에 주로 생기는데 비해 수족구병은 몸통보다는 손, 발, 입, 엉덩이 부위에 생기며 흉터가 거의 없다는 점이 다르다.대개 인체 장바이러스(Enterovirus)인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 Virus) 등에 의해 전염되며, 바이러스가 분변-경구 또는 호흡기 경로를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면서 퍼진다. 보통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 발병하며 장마가 본격화되면 전염성이 급격히 감소한다. 증상은.감염 후 3~5일 동안의 잠복기가 지나면 가벼운 감기처럼 미열, 식욕부진, 콧물, 인후통 같은 초기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손, 발, 입, 엉덩이 주위에 빨간 반점이 생기다가 물집이 잡힌다. 보통 쌀알 크기에서 팥알 크기 정도인데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다. 입안의 물집은 터지기가 쉬우므로 음식을 먹는데 다소 불편할 수가 있지만 1주일 정도면 별 후유증 없이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은 보통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미한 편이다. 그러나 환자의 20% 정도에서는 38도 전후의 높은 열이 이틀 정도 계속되기도 한다.열이 심하면 경기를 할 수도 있고 입안의 물집이 터져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탓에 탈수 증세가 올 수도 있다. 또한 합병증으로 무균성 뇌막염, 뇌염, 마비성 질환 등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가 열이 심하면서 두통을 호소하고 자꾸 토하거나 목이 뻣뻣해지는 경우는 뇌막염이 동반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 잘 먹지 못한 아이가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을 경우 심한 탈수 증세가 있는 것이므로 곧바로 소아과를 찾아가야 한다. 치료는.수족구병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열이나 두통, 입안의 궤양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증상 치료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2차 감염이 되지 않도록 물집이 생긴 부위를 깨끗이 하면서 3~5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치유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 1주일 이내에 물집 속의 액체가 흡수되며 저절로 사라지므로 일부러 터트리거나, 연고를 발라서는 안 된다. 입안의 통증이 심한 경우나 유난히 민감한 아이는 음식은 물론 물도 안 마시고 떼를 쓰기 마련인데, 이때는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죽과 같이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차게 해서 먹이는 것이 좋다. 또한 잘 먹지 못해서 축 늘어지고 잠만 자려는 탈수증상이 오기 쉬우므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한다. 보리차 등을 조금씩 자주 먹이고 좀 큰 아이라면 설사를 안 하는 경우에 한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여도 된다.열이 심하면 해열제를 먹인다. 이수진 교수는 “그 외에 다른 약은 아이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3~4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치유 되므로, 그동안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탈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열이 떨어지고 유동식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좋아진다. 이 교수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상태가 호전되고 합병증도 드물기 때문에 잘 먹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고 말했다. 주의점과 예방법수족구병은 전염성이 강해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 보육시설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나가는 특징이 있으므로, 열이 없어지고 아이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단체활동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첫 증상이 나타난 후 수포성 발진이 사라질 때까지가 전염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므로 주의해야 하며, 대변 속에 배출된 바이러스는 수 주일이나 전염력을 갖고 있으므로 감염된 아기의 변이 묻은 기저귀를 아무렇게나 버려서는 안 된다.또 수족구병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예방접종 백신이 없다. 한번 감염되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기긴 하지만, 다른 균주에 의해 감염되면 다시 수족구병을 앓게 될 수도 있다.대개 손발에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전염되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후에는 반드시 양치하고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한편 물을 끓여먹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공동으로 사용하는 장난감은 물로 자주 헹구고 아이가 입으로 물었거나 침을 묻힌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지 않게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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