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한국조형미술협회가 창립되었다. [민주화와 지방화 시대에 발맞추어, 대전과 충남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조형미술을 추구하던 미술가들이 새로운 도약과 한국조형문화의 창달을 위하여] 새로운 단체를 출범시킨 것이다. 지역에 기반을 두었으나, 한국화 서양화 조소 공예 서예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명실 공히 전국 규모의 미술단체로 발전할 것이라고 박명규 회장은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한국조형미술협회의 주축은 ‘사단법인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대전충남지회’의 회원들이다. 특정 직업을 갖지 않고 미술 창작에만 전념하고 매진하는 전업 미술가들이 결집한 단체였는데, 서울 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용단의 결과라 하겠다. 현대인들의 복잡다단한 생활 환경에서, 예술 창작에만 전념하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고, 그래서 더욱 존경을 받는 예술가들이다. 이 분들은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대전을 대한민국 조형미술의 중심으로 가꾸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대전을 비롯한 충남 충북의 지역 예술단체들은 대부분 서울에 중심을 둔 단체의 지부나 지회 형식을 취하여 안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 본부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지도 못 하면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나 경상비를 지원받아 운영한다. 이러한 지원이 끊긴다면 그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지자체를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전국의 단체를 연합하여 위협을 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일부 단체는 지자체로부터 차별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한다.그러나 대전에만도 700여개가 넘을 정도로 결성되어 있는 자생 예술단체는 이러한 지자체의 보호막이 없이 자립해야 하는 운명이다. 어렵게 출발하여, 어렵게 활동하고, 어렵게 예술의 혼을 발휘해야 한다. 애초에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 하였으니, 미래 역시 그러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한 뜨거운 열정으로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이 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예술 단체를 창립하는 것은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전의 예술인들이 타 지역 단체의 분점(分店)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중심을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서울에 본부를 둔 단체의 지회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율결정권을 일정 부분 제약받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기부금 정산을 하려고 해도, 본부의 사업자등록증을 활용해야 하는 등,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 주체가 될 수 없는 한계를 노출한다. 그래서 지역 중심의 단체를 결성하는 것은 우리 지역의 문화 예술 역사를 새로 쓰는 위대한 출발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의지를 확인하고 다짐하기 위하여 한국조형미술협회가 창립전을 갖는다. 연속하여 3차례 전시를 갖는 100여 명의 미술인들이 고맙고 믿음직스럽다.원로 미술가 임봉재 송진세 이정식 박명규 선생을 비롯하여, 김기반 송근호 전인선 노명동 정원영 김해선 백향기 송명재 송미경 송혜영 엄의숙 오호숙 유순 이은희 이향숙 조은자 김찬중 권용자 등의 임원, 또한 이 단체를 돕는 명예이사들에게 박수를 보낼 일이다. 이 분들이야말로 우리 지역을 조형미술의 메카로 거듭나게 하는 정신적 대들보이며, 예술의 지방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동력이기 때문이다.리 헌석(대전예술단체 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