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그토록 기다리던 4월이 왔다. 새 생명이 움트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4월을 누군들 기다리지 않았겠는가. 그런 4월이기에 눈물이 나고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에도 화사한 새 길이 열리길 기원해본다.

사실 저성장 추세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경제를 보면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00∼2008년 중 세계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4.3%에 달했으나 2009∼2015년 중에는 3.3%로 낮아졌다. 우리 경제가 이러한 저성장 기조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보면 새 길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먼저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거쳐 저성장기에 진입한 이상 다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우리 경제가 과거의 성장 방식을 고집한다면 저성장의 지속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과 여건을 바꾸면 새로운 차원의 성장도 경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물건을 생산만 하면 거의 판매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상품이 과잉 공급돼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유연생산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기업-중소기업의 수직적 하청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의 혁신에 관심을 쏟아야 하고 새로운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발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생산설비에 인터넷이 접목되면서 소비자의 주문에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주요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산업 간 융합 활성화, 스마트 공장 도입 등으로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시급하게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비중은 2014년 4.3%로 OECD 평균인 2.4%를 훨씬 웃돌고 OECD 34개 국가 중 1위인 반면 R&D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을 정비하고 산학연 연계활성화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경험과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힘인 IT시대 아닌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셋째, 정부의 역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벌써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대 중반이면 노인인구가 총인구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사회에 걸맞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사회서비스 제공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고용절약형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정부는 사람들이 일로부터 만족을 얻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넷째,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시스템을 개선하자. IMF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도 얻었으나 과실을 미리 앞당겨 따먹거나 미래의 투자를 등한시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삶이 있는 도시 디자인에 관심을 갖자. 국외에서는 파리나 싱가포르 등을 벤치마크할 수 있겠으며 국내에서도 제주, 부산 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각 도시만의 스토리와 콘텐츠 개발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면 사람은 저절로 찾아온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고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설계를 잘하여 우리경제 재도약을 이뤄보자.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박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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