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이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적임자라며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모든 국민이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일 게다. 대통령중심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는 정치개혁도 따지고 보면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국민이 편안하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세월호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는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지표는 그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해 말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근로자가 늘고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소득분포의 불평등도가 높아진다는 연합뉴스 김지훈 기자의 기사가 있었다. 한국은행 정성엽 부연구위원과 최충 한양대 경제학부 조교수의 ‘근로자의 고용형태가 임금 및 소득분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의 변화가 임금소득 분위별로 미치는 영향과 지니계수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전환으로 대부분의 소득분위에서 임금소득이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이 10% 상승하면 지니계수가 0.005 정도 상승하는 식으로 비정규직 증가가 지니계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지니계수란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고 한다) 이렇듯 근로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계속해서 비정규직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빈곤상태로 전락하는 계층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 다른 보고서인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겨레 기사에서도 지난 2012년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임금불평등은 더 심해진 반면 임금상승률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세계임금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국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2년 평균 2.5%에서 2015년에는 1.7%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수치를 제외하면 세계 평균 임금상승률은 2012년 1.6%에서 2015년에는 0.9%로 떨어졌다고 했다. 이러한 실질임금 상승세 둔화의 요인으로 경제성장의 둔화도 있지만 국제노동기구는 성장 과실에 대한 자본과 노동 간 분배 악화 탓도 크다고 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기업이익에서 주주와 금융투자자가 가져가는 몫이 상대적으로 노동에 배분되는 그것보다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이스라엘, 한국, 칠레 등이 임금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꼽혔는데, 이스라엘과 칠레는 2000년 이후 불평등 지표가 개선 추세에 있으나 한국은 미국과 함께 임금불평등이 더 악화된 나라로 지목됐다고 한다. 즉 경제성장과 임금상승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의 몰락을 가속화시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구매력의 저하로 도리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사인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가 지난해 말 공동으로 비정규직 난방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기사에 보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실내온도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 실내온도가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자동차 차체를 나르는 서열보급장의 경우 정규직은 15~19도였지만, 비정규직은 0도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는 일은 같았는데도 말이다. 정규직 작업장에는 문이 자동개폐 되면서 온도유실이 적고, 벽면은 간이 건물이어도 보온단열재로 마감돼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 간이건물은 비닐천막으로만 덮여 있었고 자동개폐문은 망가져 있거나 상시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계속해서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작업환경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면 단순한 차별과 배제를 넘어 그것은 노동자의 인권을 탄압하는 행위이다. 다행히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문제, 최저임금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공약도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비정규직문제 해결은 단순히 성장과 분배 차원을 넘어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느냐 아니냐의 바로미터로, 최저임금문제 해결은 단순한 임금인상을 넘어 우리 사회가 노동자를 소중한 인권을 지닌 국민으로 보는지 기업을 위해 일하는 개, 돼지로 취급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바라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 되어 안전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는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이냐는 우문을 던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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