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대부분 "그게 뭔데요?" 깜깜

“오늘부터 금연구역이라고요? 처음 들어보는데….”
버스정류소·지하철역 입구 반경 10m 금연구역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서구 월평동의 한 버스정류소. 30대 남성이 버스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이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남성에게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아냐고 묻자 깜짝 놀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금연구역 지정을) 처음 들어본다”며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담배를 태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황급히 담배를 껐다.
대전시가 이날부터 간접흡연 피해예방과 건강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버스정류소, 지하철역 출입구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 고시했지만 흡연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과 시민들은 이날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는 지난 8월부터 정류소 내 금연구역 안내표지판 부착, 지하철안내방송, 신문·방송·소식지 등 언론매체 홍보 등을 통해 집중 홍보했지만 시민들이 인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과 흡연자들은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년동의 한 버스정류소. 약 6m 떨어진 곳에서 끽연을 즐기고 있던 40대 남성은 “버스에 내리면서 승강장안에 붙은 금연안내표시판은 봤지만 정류소 안에서만 금연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10m 이내 금연구역인 것을 알았다면 태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7년 전 서울에서 길거리 흡연 단속이 실시된 줄 모르고 피우다 걸려 과태료를 낸 적이 있다. 오늘 이 사실을 몰랐으면 또 과태료를 낼 뻔했다”며 되레 고마워했다.
금연구역이 버스정류소 표지판, 지하철역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로 지정되면서 일부 흡연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둔산동의 한 오피스텔 앞 버스정류소 뒤편. 막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들이 담배를 태운 곳은 바로 전날까지는 금연 구역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알리자 “흡연자지만 금연구역 확대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금연구역을 확대하면 그에 맞게 흡연구역도 지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해당 오피스텔 관리소장은 “어제 서구보건소에서 다녀가면서 버스정류소 10m 안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알게 돼 금연구역임을 공지하고 있다. 하루밖에 안돼 아직 잘 모르시고 계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연건물이다 보니 흡연자들이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무질서하게 태워 민원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흡연장소를 만들었다. 이제 금연구역으로 묶여 버스정류장 10m 밖으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태울 장소를 찾아보고 있는 중”고 귀띔했다.
금연구역 확대 지정에 비흡연자들은 일제히 환영하면서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버스정류소 바로 뒤편으로 자리 잡은 한 김밥가게 종업원은 “그동안 담배연기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손님들은 물론 우리도 질색이었다. 금연구역 지정을 대환영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연구역 지정을 알게 된 한 시민은 “어차피 피울 사람이 3만 원 무서워서 안 피겠냐”며 “과태료를 더 세게 물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길거리 흡연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 1일부터 단속을 실시, 흡연행위에 대해 과태료 3만 원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연구역 시행의 빠른 정착을 위해 연말까지 5개 자치구와 가두 홍보캠페인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대전 시민 전체가 금연구역 지정을 인지하는데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연말까지 금연구역 시행에 대한 홍보를 다각도로 펼쳐 전체 시민이 인지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