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논설위원

충남교육청이 앞으로 신설 또는 이전되는 도내 모든 학교 시설에서 일제잔재를 없애 감성 있는 학생 친화적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왜 진작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 오히려 만시지탄이 느껴질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시설뿐 아니라 학교 곳곳에 배어 있는 일제잔재의 학교문화도 탈색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소통과 탈권위적 건축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25개 항목의 교육시설 계획·설계방침을 수립,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신설·이전되는 학교부터 일제강점기 권위적 학교문화의 상징이었던 조례대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점이다. 나아가 교문의 설치도 지양하기로 했다. 이밖에 화장실 변기를 배치할 때 남녀 학생 수를 고려한 상대성을 반영하기로 했다. 언뜻 생각하면 조례대가 무슨 권위주의의 상징이고 일제의 잔재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분명 철저한 일제잔재 문화이다. 전 세계 학교에서 운동장에 조례대를 설치해놓고 특정인만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것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물론 한국의 조례대는 일제 때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조례대는 황국신민으로서 의식을 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국내에서 조례대가 설치돼 있는 시설은 학교를 비롯해 군부대와 교도소가 전부이다. 물론 기타 시설에도 조례대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대개 아무 생각 없이 학교나 군부대를 모방해 만든 것이다. 조례대는 학교에 군사문화를 보급해 학생들을 전체주의 및 군국주의 신봉자로 길러내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니 권위주의의 상징인 곳이 분명하다.

지금도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의 문화는 부지기수이다. 중앙 현관을 오직 교장과 일부 교사들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은 좌우편 출입구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는 아직도 많다. 그런 문화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모른 채 그저 이전에 하던 대로 학생들은 중앙현관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아직도 교실 앞문은 교사만 출입을 하고 다수의 학생들은 뒷문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또한 일제강점기의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악습이지만 일부 학교는 그 유래도 따져보지 않은 채 그저 인습을 따르고 있다. 아침 등교 때 공포의 대상이던 교문단속도 일제의 잔재이다. 이 또한 교문이 사라지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0~30년 전만해도 학교는 학교인지 군대인지 모를 군사문화가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줄 맞춰 사열하던 운동회 개막식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이 탈색했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일제가 남기고 간 문화가 산재돼 있다. 충남교육청이 앞장서 탈색하겠다니 박수를 보낸다.

<김도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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