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재장애인협회, 15개 시·군 주요 도로 모니터링 결과

충남 서산시 동문동 한 횡단보도 앞. 1급 시각장애인인 김 모(48) 씨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섰다. 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가르쳐 줘야 할 점자블록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흰 지팡이로 부지런히 더듬고 주변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횡단보도를 건넜지만,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설치한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돼 오히려 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점자블록의 방향이 차도(왼쪽)를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대로 설치된 점자블록. 한국산재장애인협회 제공

7일 한국산재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충남 15개 시·군의 주요 도로를 모니터링한 결과,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은 전체 도로의 30%에 불과했다.

건널목 주변이나 인도에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하지만 10곳 중 7곳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도 노란색 고무 재질이 갈라지거나 부서져 제 역할을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설치 자체가 잘못돼 장애인의 통행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점자블록을 따라 길을 걷다 보면 장애물이 있어 통행할 수 없거나 횡단보도로 안내해야 할 점자블록이 장애인을 차로로 안내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아산시청 인근 도로 교통섬에는 점자블록 유도선이 없어 블록을 따라 걷던 시각장애인이 자칫 차도로 진입할 수 있다. 금산읍사무소 주변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규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치된 지 너무 오래되다 보니 블록이 닳아 촉감으로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남의 경우 지하철이 없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점자블록이 설치된 버스 승강장이나 택시 정류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 보면 도로변에 설치된 시설물과 부딪친다(왼쪽). 오른쪽은 제대로 설치된 점자블록. 한국산재장애인협회 제공

한국산재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점자블록 설치율이 90%에 달한다며 충남의 장애인 이동권 및 배려가 낙후되고 있다”라며 “점검 결과, 점자블록이 대부분 형식적으로 설치돼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빈번했다. 보행 약자인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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