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등학교 정다운

고등학교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적응하기에 바빴던 한 학기가 어느새 빠르게 지나가고 벌써 2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동안 보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중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휘들을 접하게 되었다. ‘댕댕이’, ‘머박’, ‘띵곡’ 등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 때 비로소 야민정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친구들로부터 야민정음의 발음 원리와 사용법에 대해 듣게 되었다.
  
야민정음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서 쓰이는 은어들을 일컫는 말로, 온라인상에서 어떤 단어의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것을 말한다.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댕댕이’, ‘머박’, ‘띵곡’, ‘윾재석’ 등은 글자의 모양을 비슷한 모양으로 바꿔 사용하는 단어들로 ‘멍멍이’의 ‘ㅁ’과 ‘ㅓ’가 합쳐지면서 ‘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댕댕이’, ‘명곡’의 ‘ㅁ’과 ‘ㅕ’가 합쳐지면서 ‘띠’처럼 보인다고 해서 ‘띵곡’, ‘유재석’의 ‘ㅠ’가 ‘ㅡ’와 ‘ㄲ’가 합쳐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윾재석’으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 이러한 야민정음 사용법에 대해 듣고 난 후 기존 단어들을 야민정음 단어들로 바꿔 쓰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금방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뜨또’, ‘머튽’, ‘꿁밥’ 등과 같은 단어들을 보았을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뜨또’, ‘머튽’, ‘꿁밥’ 등의 단어들은 기존 야민정음과 다르게 회전, 한자, 그리고 글자를 합쳐서 바꿔 쓰는 단어들이다. ‘뜨또’는 ‘비버’의 각 글자를 오른쪽으로 눕혀서 쓴 글자이고 ‘머튽’은 ‘대장’의 ‘장(長)’ 의 한자가 ‘ㅌ’와 ‘’을 합쳐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쓴 글자이고 ‘꿁밥’은 ‘굴국밥’의 ‘굴’과 ‘국’을 합쳐 써서 바꿔 만든 글자이다. 
  
실생활에서 친구들이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 쓰게 되었는데 이렇게 야민정음을 써서 대화하는 것이 옳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야민정음에 대해 조금 알고 있던 나조차도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데 과연 야민정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대화하는 데에 얼마나 어려움을 느낄까 싶다. 
  
물론 재미를 위하여 야민정음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민정음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굳이 야민정음의 사용을 제한하고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의사소통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야민정음을 사용하여 대화하는 것이 알맞다고 생각한다.

<상산고등학교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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