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태아의 수학능력 발달에 효과적이라는 ‘수학태교’까지 생겨났다. 수학태교는 임산부가 직접 수학문제지를 풀거나 암산 등을 반복하며 태아가 수학과 친숙해지게 한다는 태교 방법이다. 예비엄마들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고등학교 수학문제지를 함께 풀거나 구구단을 넘어서 10단, 20단 외우기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수학태교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사교육을 한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열심히 하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모두 공부를 잘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만 15세의 ‘2015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핀란드의 주당 사교육 시간은 6분인 반면 대한민국은 3시간36분이다. 하지만 읽기와 과학의 성취도는 한국의 학생들보다 핀란드 학생들이 높다.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며 이는 곧 학교 성적도 사교육을 받는 시간 순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핀란드는 왜 한국보다 사교육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혹시, 우리나라보다 시험을 적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핀란드가 우리나라보다 특별히 지필고사를 보는 횟수가 적다고 볼 수 없다. 그들도 학기말 고사를 보고 우리나라와 같이 특수한 고등학교는 시험을 보고 들어가야 한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시험을 보는 방식도 똑같다. 대신 시험 문제와 성적표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르다. 우선, 암기식 시험이 없다. 그래서 주입식 교육에서 빛을 발하는 사교육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적표도 정량적인 수치가 아닌 선생님이 서술형으로 기록을 한다. 특별히 학원에 가서 예습을 해도 학교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구조다.

사교육을 받아도 성적이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는데도 우리는 학원을 다닌다. 지금 자녀의 성적이 나쁘기 때문에 학원으로 향하는 것일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더 사교육에 집착한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영훈 의원이 올해 9월, 전국 중3(7천382명)과 고1(1만881명) 등 1만8천2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과학고나 영재학교 진학을 원하는 중학교 3학년 중 고2 수준 이상의 수학 선행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51.9%이다. 절반이 넘는 수치이며 일반고 지망학생이 5.9%인 것에 비해 9배가 넘는 수치다. 즉,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를 가려면 더더욱 사교육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더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사교육이란 굴레 안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사교육=성적 향상’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여지진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고 있음에도 불안함에 흔들린다. 이 맘 때쯤이면 각종 학원에서 학부모의 마음을 흔드는 광고와 홍보를 시작한다. 초, 중등학생들한테까지 마치 겨울방학이 수능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인 것처럼 공포마케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들의 학원에서 자사고나 특목고에 몇 명이 진학했는지 보여준다. 지금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면 분명 우리가 소위 말하는 명문고에 진학할 수 없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음이 불안한 엄마들은 자녀와 함께 학원으로 향한다.

불안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의 필요에 의해 직접 사교육을 선택하지 않아 불안한가? 아니면 부모가 자녀의 모자란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시켜주지 않아 불안한가? 혹시, 우리 자녀도 다른 집 아이에게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불안함에 막연히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한 사교육과 관련한 스폐셜 방송에 한 아빠가 나와 이렇게 얘기한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간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선택이다.’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이제는 주변에서 더 난리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시간을 주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게 여기저기서 방해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인터넷 강의 사이트 게시판에는 매년 12월이 되면 똑 같은 내용의 글이 쓰여진다. 내년에 본인이 혹은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을 해서 ‘겨울방학 동안 완벽하게 중학교 준비를 마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이 주를 이룬다. 불안함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알약이 ‘사교육’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까지 불안감에 의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한번 오늘 자녀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왜 지금 학원을 다니고 있는가?” 막연하게 불안해 하지 말자. 불안함이 공부를 시켜주지 않는다. 자녀와 대화를 통해 ‘사교육을 받는 진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이유를 명확하게 부모와 자녀가 알게 된다면 최소한 불안함과 싸워서 이기는데 사교육을 이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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