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도 제대로 된 대우 받는 세상을 꿈꾸며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를 돌아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우리는 가난과 질병,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평생을 노숙인이라는 멍에를 메고 살다가 쓸쓸히 생을 마감한 또 다른 나를 만납니다. 한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 평생을 살다가 떠난 똑같은 인생이지만 왜 이들은 노숙인이란 낙인으로 국가로부터도 버림받은 채 허기진 삶을 살다가 쓸쓸히 죽어 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이들도 우리사회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국민으로서의 당당한 대우를 간절히 바라며“나도 인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살았을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최소한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임을 인정하고 노숙인도 한 인간으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면 비록 허기진 삶이었을지라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는 사회, 노숙인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거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지난 5월,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뒤 우리사회는 단지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뭔가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승리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죄인이라도 된 듯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노숙인들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노숙인들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자신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은 오래전에 포기해 버렸습니다. 선거 때만 반짝 그들을 위하는 척 하는 정치행위에 너무나도 오랫동안 속아왔기 때문입니다. 바라기는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정부가 이 땅에서 죄인처럼 살아가는 노숙인들의 손을 잡아 주어 그들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우리사회에서 노숙인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노숙인에 대한 개념규정을 낙인적 관점에서 우리사회가 보호할 대상, 당당하게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노숙인에 대한 낙인적 관점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정책대상을 절대빈곤층, 한계계층으로 확대해 나가는 의미도 담겨져 있습니다. 즉 현재 노숙인복지법이 눈에 보이는 노숙인만을 정책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을 넘어 구조적 모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한 빈곤층 전반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세워가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행법에 보면 노숙인이라 함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쪽방노숙인 조차 노숙인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어찌된 것인가요? 쪽방노숙인조차도 노숙인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현행법으로는 올바른 노숙인 정책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노숙인이란 말을 홈리스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단순히 거리에 있거나, 노숙인 시설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시원, 비닐하우스, 찜질방 등 주거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로서 적절치 않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다 포괄하여 노숙인 정책이 우리사회 빈곤정책을 새롭게 세워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숙인은 한 개인의 사회 일탈 내지는 부적응으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실직과 빈곤으로 인해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홈리스(Homeless)들입니다. 집을 잃어버린 하우스리스(Houseless)가 아닌 사회적 지지망이 모두 해체된 홈리스(Homeless)인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눈에 보이는 노숙인을 넘어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노숙인복지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노숙인이란 말은 홈리스로 바뀌어야 합니다. 샬롬.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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