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는 왜 따뜻한 둥지를 버리고 ‘정치적 미아’, ‘야인’으로 전락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을까?

이 명제가 충청권의 민선 7기 지방선거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부상해 이목이 쏠린다.

◆당권 도전? 입각? ‘언감생심’

지난 18일 안 지사가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힘은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도 포기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선 맡겨진 임기를 채워 도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그가 ‘원외’ 신분으로 내년 8월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입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안 지사가 오는 2022년 3월에 초점을 맞춰 발 빠르게 20대 대선 플랜을 본격 가동시킬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5·9 장미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으며 일찌감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고, 최근 문 대통령에게 맞서는 듯한 발언으로 ‘문빠’들로부터 ‘적폐’로까지 비판 받은 안 지사가 바짝 엎드렸다는 것이다.

냉엄한 현실 정치에서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라는 논리가 안 지사의 거취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제 집권한 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문 정부로선 차기 대권과 직결된 안 지사의 존재가 거슬릴 수밖에 없고, 안 지사 측에 이 같은 최고권력자의 불편한 의중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돼 이것이 그로 하여금 도백직도, 국회의원직도 포기하게 만든 직접적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安 임기 후 정치적 유배?

이러한 시각으로 이번 불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선 안 지사가 내년 6월 임기를 마친 후 정권 말기까지 ‘묵언 수행(?)’을 하며 이 땅을 떠나 외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정치적 유배’인 셈으로, 여기에는 친문세력과의 대결구도가 부각될 경우 자신의 세(勢)가 조기에 소멸할 수 있음을 우려한 안 지사가 꼬리를 확실히 내리고 훗날을 도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지사가 18일 도청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 당시 측근들을 향해 차기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중립’을 당부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의 측근들이 특정 주자 캠프에 합류할 경우 ‘안심’(安心, 안희정의 의중)으로 비쳐질 공산이 커 불공정 경선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인데, 이 발언이 충남을 넘어 타 지역의 친안계에게도 ‘최대한 몸을 낮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허태정 지고 장종태 뜬다?

이에 따라 정가에선 안 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현재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허태정 유성구청장, 충남지사 출마 의지를 표명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아산시장 등 친안계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반면, 최근 들어 대전에선 장종태 서구청장의 시장 출마설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5선의 지역 좌장인 박병석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박 의원이 시장 후보로, 그의 출마로 공석이 되는 서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장 청장이 나서는 역할 분담론까지 회자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친문계인 4선의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민주당의 도백 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