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작은 거위를 뜻하는 오카리나는 19세기 말에 이탈리아의 도나티가 발명한 것으로 이 작은 악기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예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대부분 리코더로 수업을 했지만 이제는 음색이 우아한 오카리나를 사용하는 학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카리나의 제작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대전시 유성구 대정동에 위치한 ‘수 오카리나’ 공방을 찾았다. 공방에 들어서는 순간 흙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박종명(43)씨. 그는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숨을 쉬는 듯 오카리나를 만들고 있었다. 작은 울림통을 비집고 나온 소리에 자신의 응어리를 한올 한올 풀어내며 흙에 향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바람이 빚어내는 소리에 자신의 혼도 조용히 실어 보내는 듯 보였다. 오카리나는 제작과정부터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모양도 소리도 제각각이다. 바람의 각도와 엣지(바람이 나가는 구멍)의 크기, 그리고 거리에 따라 그 소리가 다르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열 개를 만들면 마음에 드는 것은 4~5개 정도뿐이라고 한다. 오카리나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의 손이라 해도 자연의 힘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훌륭한 악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흙과 바람이 해내는 자연의 작품이라 불러야할 것이다. 오카리나는 흙에 닳을 때마다 바람과 숨결이 만나는 길이 열리고 비로소 소리가 탄생한다. 그래서 오카리나는 새로운 기회이면서도 스스로 개척해야할 불모지이기도 했다. 오카리나를 만드는 과정은 정교하다. 먼저, 석고틀을 만드는데, 물과 석고의 비율이 중요하다. 그리고 구멍 하나하나도 손으로 만들어야한다. 사포질을 하고, 물광을 내어 오카리나의 형태를 갖추면,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조율하기 작업이 이어진다. 이 때 제 소리를 내지 못하면 더 이상 악기가 될 수 없다. 음정을 맞추고 소리를 가다듬어 가마굽기로 마무리된다. 오카리나는 온전히 흙에서 태어나 그 성품도 흙을 닮아있어 그 특유의 맑고 깊은 소리는 영혼을 자극할 만큼 섬세하고 친숙하다. 자연을 닮은, 아니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오카리나는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자연의 혼을 실어준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 푸르른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자연의 악기가 바로 오카리나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선사해 줄 흙 피리 소리, 오카리나의 맑고 순수한 매력이 더운 여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청량함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