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산부 배려석 시행 6년

<속보>=대전에서 시작돼 서울과 부산 등으로 확산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오는 10일 시행 6년을 맞는다. 지난 5년간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아 임산부 배려석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지난해 말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임산부 배려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취지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본보 2017년 8월 23일자 5면 보도>

6일 오전 대전도시철도 1호선 반석행 지하철은 적잖은 승객으로 붐볐지만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은 테디베어가 지키고 있었다. 일반석은 만석이었고 서서 가는 승객도 많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그대로 비워두는 시민의식이 빛났다. 70대 여성 A 씨는 “임산부가 편하게 앉았다 일어섰다 할 수 있도록 임산부 배려석에는 앉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도 잘 앉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B 씨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어른이 오면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핑크색 좌석엔 평소에 아예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핑크카펫 ‘임산부 배려석'은 2011년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만들어 달라는 한 임신부의 1인 시위에서 시작됐다. 2012년 2월 10일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고 이후 서울에서도 2016년 7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을 시작으로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하는 등 확대됐다. 그러나 임산부 배려석은 지난 5년 동안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만 앉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대신 일반 승객이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 임부는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아 신체 불편에도 일반 승객의 배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11월 1일 임산부 배려문화 확산을 위해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에 곰 인형 ‘테디베어’를 비치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테디베어가 앉아 있는 자리는 임산부를 위해 비워달라는 의미로 ‘여기는 임산부 배려석입니다’라는 문구도 적었다.

작은 아이디어는 시행 90여 일 만에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C(31·여) 씨는 “그동안 임산부 배려석은 말만 그렇지 누구나 다 앉았던 것 같은데 인형이 놓인 뒤부턴 (일반 승객이) 치우고 앉아야 하니까 잘 앉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잘 활용될 것이란 기대가 든다”고 말했다. D(36·여) 씨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인형이 있는데도 앉는 사람들이 종종 생기는 것 같다”며 “좋은 제도가 잘 활용될 수 있게 시민의식 개선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임산부 전용좌석이 마련됨에 따라 교통약자석과 별도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임산부의 편의성 향상과 건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신변화와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테디베어 비치가 임산부 배려문화 확산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