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등 필요성엔 동의하지만…평가기관도 달라 비효율적 운영도

<속보>=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향상과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 평가인증제가 목적과 달리 직원들의 업무과다로 인한 의료서비스 저하, 실정에 맞지 않는 평가기준으로 인한 객관성 결여 등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본보 2월 1일자 5면 등 보도>

의료계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평가인증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평가기관 통합, 현실적인 평가 기준 마련, 인력지원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관 평가 인증은 인증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는 절대평가로 4년에 한 번씩 유효한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의료 질을 평가하기 위해 절대적인 지표고 병원에 지원되는 수가가 결정되는 평가로 병원에서도 인증 평가 결과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에서 받는 평가가 한 가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비롯해 1년에 한 번 평가하는 응급의료기관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하는 암 관련 적정성평가 등 병원들이 준비해야 하는 평가가 수십 가지에 이른다. 병원들은 평가 영역과 지표를 포함하면 수 백 가지에 이르는 서류들을 평가 때마다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업무과다로 인한 의료서비스 저하 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병원 내부 운영 상태를 보면 확실하게 드러난다. 규모에 따라 자체적으로 평가 인증을 담당하는 인력과 팀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간호인력 등이 평가 지표 제출을 위한 업무에 동원되는 실정이다. 별도 팀이 있는 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병원의 경우에는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서류를 준비하고 있어 의료서비스 향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지역의 한 의료기관 평가 담당자는 “응급의료기관평가는 1년에 한 번 결과가 나오지만 평가는 두 번 받고, 수련환경평가는 3년에 한 번 현직평가를 받고 그 외에는 서류평가를 한다. 적정성평가도 5대암을 비롯해 평가개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인증만 해도 4년에 한 번 받는다고 하지만 본 평가만 4년에 한 번이지 자체평가, 인증원 방문평가 등은 매년 이뤄져서 직원들은 거의 평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가기관이 통일되지 못해 평가마다 다른 지표를 제출해야 하는 직원들은 비효율적인 업무처리에 답답해하고 있다. 실제 평가마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인증의료원 등 제출기관이 각각 다르다.

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평가를 통합했으면 좋겠는데 평가를 하는 기관이 각각 달라 똑같은 지표를 낼 때도 다른 양식에 맞춰야 한다”며 “의료질평가 안에도 수련환경평가가 있는데 적정환경평가 전공의평가 등에 중복된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업무가 더 과중되는 면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병원 현장 상황을 외면하는 평가 기준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최근 전국 몇몇의 국립대병원은 응급의료기관평가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응급상황에서 즉시 수술이 불가능상황에 전원(轉院)이 필요할 경우 감점요인이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자 이동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이지만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실제 한 병원에서는 남매가 각각 다른 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가 응급처치 후, 같은 병원으로 입원하게 해달라는 환자 요청에 전원을 시켜줬다가 불이익을 받았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처치 후 사람을 살려놓은 상태에서 환자가 전원을 요구하는데 옮겨주지 않을 수 없지 않나”며 “각 상황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평가 지표가 좀 더 디테일하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항목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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