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 식상해져있었어요. 어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답이 잘 안 떠올랐죠. 그때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사냥을 하듯 번득이는 눈, 넓은 이마 뒤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굳게 다문 입술…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추창민 감독)에서 '잘생김의 대명사'인 배우 장동건(46)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딸을 잃고 광기에 사로잡힌 중년의 남자 오영제만 있을 뿐이다.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작품은 우발적인 살인을 한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남자 오영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동건은 "제 필모그래피에서 인생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일 열심히 한 영화로 남을 것 같다"며 "여한이 없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고 말했다.

 

"사실 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 제가 저한테 식상해져있었어요. 내가 어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답이 잘 안 떠올랐죠. 그때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이 영화는 두 아버지의 뒤틀린 부성애가 서로 충돌하면서 긴장을 자아낸다. 현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오영제는 딸을 잃은 복수심에서 타인의 희생도 개의치 않는다.

연기 생활 26년째인 장동건이지만, 쉽지 않은 연기였다. 무엇보다 극 중 영제의 행동을 납득시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영제는 평소 어린 딸에게 매질을 가하며 학대하다가 막상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살인범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주려 한다. 부성애의 발로인지, 원래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지 분명치 않다.

장동건은 "소설 속 영제는 사이코패스로 규정돼있지만, 영화 속 오영제의 본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실 평소에 딸을 지극히 사랑하던 아빠가 딸을 잃었을 때 복수하는 감정은 쉬운데, 오영제의 경우는 다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행동하는 데는 한가지 심리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결론 내린 오영제의 심리는 본인이 가꾸고 설계했던 자기만의 세계를 침범한 파괴자에 대한 응징 같아요. 오영제도 나름의 방식대로 가족을 사랑했던 것 같고요." 

장동건은 이번 배역을 위해 외모에도 변화를 줬다. 영제의 예민하고 완고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M자형 탈모 스타일로 바꿨다.

"감독님이 처음에 M자형 탈모를 제안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요. 막상 해보니까 거울 속 제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캐릭터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생각이 들었죠. 9∼10개월간 그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면도를 했습니다. 다시 예전 스타일을 다시 회복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죠."

장동건은 촬영 중 류승룡과 격투신을 찍다가 귀를 다쳐 40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또 딸을 학대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장동건은 "저도 딸이 있다 보니, 딸이 누군가에 의해 사고를 당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싫었다"고 떠올렸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무겁다. 또 두 주인공이 뿜어내는 감정의 파고가 마음을 짓누른다. 장동건은 "무겁기는 하지만, 작품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동건은 그동안 '브이아이피' '마이웨이''태풍'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에서 주로 선 굵은 연기를 해왔다. 반면, '신사의 품격' 등 드라마 속 캐릭터는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장동건은 "드라마는 경쾌하고 재밌는 작품을, 영화는 수위가 높아도 표현 범위고 넓고 깊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동건은 요즘 데뷔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영화 '창궐' 촬영을 마쳤고, 현재는 다음 달 25일 방송되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슈츠'를 찍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와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가짜 신입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얼마 전에는 1인 기획사 디엔터테인먼트컴퍼니를 설립했다. "(기획사 설립은) 좀 더 편안하게 움직이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연기 이외에 다른 것들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후배 양성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마음에 맞는 후배가 있다면 같이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아내(고소영) 영입이요? 그건 아직 계획에 없습니다. 하하" 

장동건은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로 드라마 '슈츠'에 함께 출연하는 박형식을 꼽았다. "정말 싹싹한 친구예요. 드라마를 같이 하면서 보니까 정말 가능성이 많은 배우인 것 같아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잘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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