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조례안 재의결 4월 임시회 유력
일각서 지사 궐위에 도정 공백 가중 우려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확정지을 수 있는 도의회 임시회가 이달 열린다. 6월 지방선거와 남은 의회일정을 감안하면 4월 임시회가 인권조례 폐지 재의결에 적기다. 의회 원구성마저 유리하다. 하지만 의회 안에서 미묘한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협의, 대화, 상의 등 단어가 심심찮게 도의원들 입에 오르내린다.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강행한 2월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충남도는 도지사 궐위라는 초유의 사태로 위기를 맞았고 이럴 때 의회까지 도정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까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의회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제303회 임시회를 연다. 5월을 건너뛰고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 18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304회 정례회가 10대의회 마지막 일정이다. 4월 임시회가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결 적기로 꼽히는 건 선거효과 극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만들어낸 도내 기독교단체에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면 당장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도의원들은 한 표가 아쉽다.

당론으로 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한 자유한국당은 이미 의결정족수도 갖췄다. 전체 도의원 40명 중 기초단체장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4명, 한국당 1명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의회는 재적의원(35명)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하는데 한국당 소속 의원 24명만으로도 가능한 구조다. 민주당 의원 9명이 반대해도 수적으로 밀린다.

재의결을 통해 인권조례에 최종 사망선고를 내릴 수 있는 좋은 여건인데 한국당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인권도정이 성추문으로 불명예 사퇴한 안희정 전 지사의 브랜드정책이므로 ‘흔적 지우기’ 측면에서도 폐지 재의결에 무게추가 기운듯 했으나 도정공백, 행정력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도가 인권조례 폐지 재의결에 대법원 제소로 맞서며 강대강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도 마뜩잖다.

10대의회 남은 임기 3개월을 이끌고 있는 유익환 의장(한국당·태안1)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권조례는 2월 회기에서 폐기하기로 의결된 사안으로 10대의회에서 결론 내려야 한다”면서도 도 집행부에 재의요구 철회를 ‘요청’했다. 양당 간 심도 있는 협의도 강조했다. 한 도의원은 “도지사 궐위로 도정이 위기에 처한 현재의 상황 등으로 인권조례 폐지 재의결에 대해 동료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10대의회에서 재의를 미루고 미루다 임기 만료와 함께 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자동폐기돼 인권조례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 관계자는 “인권도정에 대한 도의 기본방침은 변함없다. 인권조례 폐지 재의결 시 대법원 제소와 동시에 의결집행을 정지하게 하는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것”이라며 “남은 의회일정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지는지 지켜보면서 대응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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