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지상과제이던 시절. 개발 붐이 일기 시작한 강남은 약육강식의 논리로 점철된 전쟁터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모와 암투의 한복판에서 돈은 권력을 끌어들이고 권력은 돈을 벌게 해줬다.SBS 창사 20주년 대하드라마 '자이언트'는 1970-1980년대 욕망과 음모가 들끓던 강남을 배경으로 성공한 남자의 복수와 사랑을 그린다.4일 오후 SBS홀에서 열린 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유인식 PD는 "고도 개발이 이뤄진 도시 태동기를 배경으로 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유 PD는 "욕망의 크기만큼이나 갈등도 강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도 강하다"며 "한회 한회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극본을 쓴 장영철 작가는 "1970-1980년대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드라마의 궁극적인 정체성은 휴먼드라마"라며 "그 시대를 관통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가족애와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중앙정보부 과장 시절 강남 개발을 배후지휘하며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조달받은 조필연(정보석)은 이후 정계에 진출해 승승장구한다. 만보건설 회장인 황태섭(이덕화)은 강남 개발 계획을 듣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친구를 죽게 하고 조필연의 동업자가 되어 중앙정보부의 비호 아래 성공했다.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여인숙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떠나보낸 이강모(이범수)는 어린 시절 '연탄가스 같은 것이 새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지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한강건설을 창업한다.황태섭의 딸인 정연(박진희)은 어린 시절부터 사업의 세계에 밀착된 권력의 실체를 확인하고 야망을 키워간다. 강모의 한강건설에 맞서 만보건설을 이끌지만 회사를 빼앗기고 제3금융권의 대모로 성장한다.강모의 형인 성모(박상민)는 중앙정보부 요원이 됐지만 자신을 발탁한 조필연이 아버지를 죽인 원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성모는 조필연과 황태섭의 유착을 조사하며 복수를 꿈꾸지만 조필연의 아들 민우(주상욱)가 쏜 총에 맞아 폐인처럼 살다가 강모에게 비밀 장부를 건넨다.정연과 강모, 민우와 강모의 여동생 미주(황정음)는 애정 관계에 놓이며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간다.주연을 맡은 이범수는 "10부까지 나온 대본을 한순간에 읽고 뻔하지 않은 긴박한 스토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고, 박진희는 "그동안 했던 건강하고 밝은 역할과 달리 불우한 시절을 보내고 성장해 욕망을 표출하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