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문화가정의 해체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이에 따른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보완책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결혼 이주 여성이 남편의 가정폭력이나 시댁과의 갈등으로 이혼해 독립을 시도하다 생활고에 지쳐 아이를 수년씩 보호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특히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이주 여성들이 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좌절해 자녀의 양육을 장기간 포기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현실은...김 모 씨는 지난 4월 15일 새벽을 잊지 못한다.꿈이라고 생각했던 아기 울음소리에 깨보니 대문 앞에 파란 포대기가 보였다.‘누가 아이를 버렸구나’하는 급한 마음에 김 씨가 재빨리 포대기를 들쳐보니 모습이 사뭇다른 아이가 연신 울고 있었던 것.포대기에는 서툰 한글로 생일과 이름, 부모 국적과 간단한 메모가 발견됐다.이혼하면서 아이 키울 자신은 없고 또 아이를 맡길 곳도 모르고 해서 놓고 가니 해결해달라는 주문이었다.이 아이는 결국 출동한 경찰이 관계기관에 맡기면서 부모 품을 그렇게 떠나야 했다.◆이혼하고 싶어요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다문화가족의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이혼건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의 경우 전체 이혼(11만6535건)의 10% 수준에 달했다. 이 중 70.7%가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이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재 16만 7090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0.3%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도 2007~2009년 동안 약 6만 명이 증가, 지난해 10만 3484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가정의 이혼 증가 추세에 따라 결혼이주여성의 이혼 관련 상담 의뢰 역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최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발간한 ‘결혼이주여성의 삶 그리고 인권’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상담건수는 2007년 1만 3277건에서 2008년 1만 9916건으로 늘다 2009년에는 무려 3만 6348건 등으로 급등했다.특히 내용 중 법률 상담에서는 이혼 관련 상담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009년 4∼6월 법률 상담(2093건) 중 65.8%가 이혼 상담(1377건)인 것으로 집계됐다.아울러 일방적인 이혼 강요(198건, 9.5%), 양육권(204건, 9.8%), 위자료(114건, 5.5%), 면접권·친권(54건, 2.6%), 양육비(39건, 1.9%) 등 이혼에 수반되는 상담이 대부분이었다.◆대안은 많은 전문가는 대안으로 가정해체를 예방하는 상담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다문화 가정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인력을 길러 전문 콜센터나 '부부학교' 등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상담 제도만 잘 돼 있어도 아이들이 안타깝게 시설에 오는 사례의 30∼4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혼 뒤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이주 여성에게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고 취업교육 등의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대전의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한국어를 하는 엄연한 한국 사람"이라며 "이주 여성이 한국 남성과 헤어지면 무조건 외국인 취급하며 박대하는 것은 다문화 사회의 대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