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풍란(風蘭)의 계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대만 등에서 사는 여러해살이의 상록성풀인 풍란은 초여름인 6월을 전후해 꽃을 피우기 시작해 7월말까지 달콤한 감향을 내뿜는다. 풍란은 잎사귀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엽풍란과 대엽풍란으로 나뉘는데 대엽풍란은 주로 낮에 꽃향기를 내뿜는 반면 소엽풍란은 주로 밤에 꽃향기를 내뿜는다.일반적으로 ‘풍란’하면 소엽풍란을 말한다. 소엽풍란은 내뿜는 향이 달콤해서 감향으로, 대엽풍란은 향이 산뜻해서 청향이라고 불린다.소엽풍란의 감향과 대엽풍란의 청향은 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꽃대 하나에서 나오는 향으로 웬만한 크기의 집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자그마한 순백의 꽃에서 어찌 그리 진한 향이 나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이지만 풍란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그 이유는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풍란이 주로 자생하는 우리나라나 대만, 일본은 비교적 4계절이 뚜렷한 지역으로 뜨거운 여름철엔 섭씨 30도를 웃돌다가도 겨울철이 되면 눈과 함께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그야말로 연중기온차가 50도를 넘는 악조건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악조건이 풍란의 향을 진하게 하는 이유로 알려져 있다.무더위와 혹한을 심하게 견딘 풍란일수록 향이 진하고 오래간다고 하니 풍란이라는 식물은 참으로 배울 것 많은 식물임에 틀림없는듯하다.풍란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집안에 들여 키웠던 원예식물이지만 널리 일반에 보급되지 못한 탓에 잘못된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일례로 풍란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백과사전이나 식물도감에는 봄과 여름철에 물을 많이 주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여름철엔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짓물러 죽게 된다.풍란에 대한 다른 오해는 풍란은 키우기 어렵다는 설이다. 사실 알고 보면 풍란처럼 키우기 쉬운 식물도 흔치 않다. 풍란은 3개월까지 물을 주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하는 아주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그런데 왜 풍란은 키우기 어려운 것이라고 알려진 것일까.그것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짓물러서 죽게 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풍란이라는 식물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을 흡수하는 일반식물과 달리 나무나 바위 등에 착생하는 이른바 착생식물로 대기 중의 수분으로 필요한 수분을 공급받으며 살아가는데 한여름철과 혹한기에는 자신의 몸에 있는 수분을 증발시켜 여름철의 짓무름과 겨울철의 동해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습성을 보인다.척박한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도 진한 향기를 내뿜는 풍란,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몸속의 수분을 버리는 것으로 극복해내는 지혜로운 풍란을 보며 자칫 교만과 안이함에 빠지기 쉬운 스스로를 추슬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