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닭고기-오리고기 이어 쇠고기 보신탕도 등장 / 세대간 인식 변화에 따라 음식 아닌 마음의 양식 챙기는 사람도 늘어

복날 보신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시대 변화와 함께 세대도 바뀌면서 보신탕·삼계탕으로 대표되는 복날 보양식의 판도에도 변화가 엿보이고 있는 거다. 다양한 입맛에 길들여진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다양한 건강식들이 복날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보신 트렌드의 변화는 과거와 현재의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1996년 당시 최고의 건강식품을 묻는 설문조사에선 보신탕이 1위를 차지했고 개소주, 흑염소가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20여 년 후인 2015년, 가장 즐기는 여름철 보양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선 삼계탕이 보신탕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그 뒤로 장어가 2위, 개고기?보신탕이 3위로 내려앉았다.

최근에는 ‘소고기 보신탕’까지 등장했다. 보신탕의 주재료인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고 끓여낸 것으로 개고기 논쟁이 확산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요리다. 세종시 보람동의 한 소고기보신탕집은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남녀노소 가족단위의 손님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평균 연령대가 낮은 가운데 신도심권에 전통 보신탕집이 없다는 점에서 이 곳을 인기는 더더욱 커져가고 있다.

복날, 보양식이 아닌 ‘마음의 양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심비’, ‘소확행’ 등 물질적 소비에서 정신적 소비 위주로 바뀌는 젊은 사람들의 의식이 반영된 변화다. 박 모(34·여) 씨는?“직장생활 전에는 복날 집에서 가족과 삼계탕을 먹는다거나 했는데 요새는 특별히 챙기지 않는다”며 “주변 친구들도 보면 먹는 것보다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 시원한 곳에서 네일아트같은 것을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운동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다. 고 모(30) 씨는 “복날 보양식을 특별히 챙기진 않는다.?대신 마라톤으로 여름 건강을 챙기고 있다. 오늘도 새벽에 달리고 왔다”며 자신만의 보신법을 소개했다. 복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더운 날씨에 굳이 뜨거운 탕거리를 먹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거다. 구 모(38) 씨는 ”이열치열이라고 하는데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평소에 잘 먹기도 하고 요즘 냉방장치도 잘 돼 있어 그런지 복날 건강을 챙기기 위해 특별히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시원한 커피숍이나 백화점같은 곳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 게 몸보신하는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곽진성·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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