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과학메카' 2% 부족

인구와 시세, 생활수준이 비슷해 여러 모로 언제나 대전과 비교되는 광주. 국내 도시 가운데 대표적 라이벌 관계인 대전과 광주는 각자가 자랑하는 면이 많은 반면 서로를 부러워하는 면도 많다.‘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 그대로 대전은 광주를, 광주는 대전을 부러워하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광주가 지하철을 건설하면 대전도 지하철을 건설하고, 광주가 컨벤션센터를 지으면 대전도 영락없이 컨벤션센터를 짓는다.대전이 첨단과학단지를 조성하면 광주도 이에 질세라 과학단지를 조성하고, 대전이 예술의 전당을 짓고 생태하천을 만들고 광주도 곧 대규모 예술회관을 짓고 하천을 정비한다.대전의 연구개발특구를 부러워하는 광주는 연구단지를 못 만들어 안달이다.이렇듯 팽팽한 라이벌인 두 도시지만 여전히 서로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이 곳곳에서 노출된다.부러움의 대상이 꼭 시설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광주가 가진 것 중 대전이 몹시도 부러워하는 하나가 비엔날레다.예부터 예술인들이 많이 배출되고 예술적 토양이 형성돼 있어 예향이라 불렸던 광주는 지난 95년 이후 2년 주기로 ‘광주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주기적으로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예술 도시 광주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내국인들의 상당수도 광주하면 곧바로 비엔날레를 떠올릴 정도로 광주의 비엔날레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비엔날레를 처음 개최할 당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엄청난 재정을 뒷받침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던 모습과 비교하면 현재의 광주비엔날레는 규모나 홍보 면에서 많이 위축됐다.거듭되는 행사에 찾는 발걸음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사실이다.이 때문에 광주시는 많은 예산을 들여 격년제로 시행하고 있는 비엔날레를 더 이상 확대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중단하지도 못한 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고 한다.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예기치 못했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가운데도 비엔날레를 통해 광주가 예향이라는 이미지를 굳힌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비엔날레를 통해 무형의 도시 이미지를 높인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갈수록 위축되고는 있다지만 광주비엔날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미하고, 의지를 앞세워 행사 전반을 리모델링한다면 언제고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문제는 지자체의 의지와 사업비 확보다.광주의 비엔날레뿐 아니라 가까운 청주도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날로 공예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부산은 국제영화제가 매년 세를 확장해가며 건조한 이미지의 부산을 영화예술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경기도의 소도시인 이천과 여주, 광주(廣州)도 도자기비엔날레를 통해 차분히 도시 브랜드화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그렇다면 대전이 정례화 시킬 수 있는 국제행사는 없을까.국제행사 정례화의 아이디어를 꼭 문화예술 분야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전통성이 취약한 대전은 여느 도시에 비해 역사성은 떨어지지만 과학도시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과학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대전의 도시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의 정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지금 대전에서 시행되고 있는 과학 분야의 정기 행사는 ‘사이언스페스티벌’이 전부다.하지만 사이언스페스티벌을 매년 찾은 이들이 한결같이 내리는 평가는 다소 냉소적이다.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고 전체적으로 함량미달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4월과 10월 두 차례 분산 개최되는 사이언스페스티벌은 관람객 대부분이 초등학생이고, 준비되는 프로그램도 단순하기 짝이 없다.초등학생 수준에 맞춰 액체로켓 만들기 체험, 이글루체험, 입체영화 상영을 비롯한 단순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해를 거듭하지만 눈길을 끌 만한 프로그램은 좀처럼 준비되지 않고 있다.사이언스페스티벌이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규모를 확대하고 겨냥하는 연령층도 다양화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성인의 참관이 가능한 행사뿐 아니라 유수의 과학자들이 참석하는 학술대회 등의 개최 필요성도 늘 제기되고 있다.국내 잔치로 머물고 있는현재의 상태로 사이언스페스티벌을 이어가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가혹한 평가도 내려지고 있다.충청의 새로운 역사만들기를 선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금강일보는 사이언스페스티벌의 대대적 수술을 제안하고자 한다.연2회 개최되는 행사를 예술분야를 주제로 2년 또는 3년 주기로 개최하는 비엔날레 또는 트리엔날레 형태로 변화시켜 보다 품격 있는 행사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전시는 귀 기울여야 한다.단순히 초등학생이 하루를 즐기고 가는 체험 잔치 수준인 현재의 사이언스페스티벌로는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국내 최고의 과학도시이면서 국제과학도시연합(WTA)의 선도적 도시인 대전의 위상에 걸맞은 과학잔치 개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대덕특구를 비롯한 충분한 연구 인프라와 과학공원이라는 훌륭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대전이 세계의 과학인들이 참여하는 과학비엔날레 또는 트리엔날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사안이다. 과학도시 대전에 걸맞은 국제행사를 정례화 시키는 것은 대전에 기반을 둔 모든 과학인들과 대전시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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