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대전공고 교사

‘책쓰기와 사랑愛 빠지다’의 1박 2일간 책쓰기교육 연수생이 됐다. 당연히 글이 모여야 책이 되겠지만 책쓰기교육은 여러 사람이 쓴 글을 모아 한 권으로 묶는 것(문집)이 아닌 학생 각자 한 권의 책을 직접 집필해 저자가 돼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다. 연간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월별 계획을 꼼꼼히 실행하는 교사와 학생 모두의 지구력이 필수적인 활동이다.

대구에서 실제 십여 년간 책쓰기교육을 실천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낸 선생님들(대구시교육청 책쓰기 교사지원단)이 강사진으로 출동하셨다.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꿈을 가꾸도록 돕는 교사역할에 중점을 둔 연수내용은 연수생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충분히 만들어줬다.

우리 학생 작가들이 소중한 나무 수백 그루를 낭비한다는 우려는 접어 두어도 되겠다. 대구에서 실제 교육청 사업으로 출판된 ‘학생’ 책이 강의실 뒤편에 전시됐다.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주제 선정에서 시작해 목차 및 추진 계획서 작성, 초고쓰기 및 퇴고, 표지 디자인, 작가 프로필, 책날개, 본문편집 등 10개월의 대장정이 한 권의 책으로 압축돼 작가와 함께 출판 기념회와 책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연수는 교사가 학생 입장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내용이 짜여 있다. 물론 짧은 일정이라 많은 생략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창작의 고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대화 나누고 모두에게 각자 그린 얼굴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친교의 시간을 거쳐 과거를 더듬어 떠오르는 한 지점에 대해 1분 쓰기, 3분 쓰기를 했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 자신과 비슷한 사물을 정해 대화한 글을 쓴 뒤 이를 바탕으로 시를 창작했다. 마감시간은 밤 10시였다.

프로필 작성하기, 시 퇴고하기, 포토 에세이 쓰기, 자전적 에세이 쓰기를 거친 총 4편의 글을 편집자에게 전송해야했고 다음 날 오후에 책으로 제본되어 나온다고 했다. 편하게 써보려는 생각은 잠시, 막상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니 무척 진지해졌다. 온전한 책쓰기는 아니지만 책쓰기교육의 핵심이 바로 자기성찰과 진솔함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교육과정은 바뀌기 마련이고 그에 맞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들이 소개되지만 교직생활이 계속될수록 본질에 대해 묻게 되는 것은 왜일까.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국어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 그리고 ‘책쓰기교육’. 왜 남의 글을 읽고 나의 글을 쓰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나 아닌 것을 끊임없이 자기 안에 투입해 나가는 운동성이야말로 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라는 ‘우치다 타츠루’의 말과 ‘자기 경험을 기반한 글쓰기는 관계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이다’라는 ‘은유’의 말이 우리 학생들이 왜 읽고 쓰는 삶의 주체가 돼야 하는지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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