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대전 대신고 교장

씨를 뿌린 뒤에 여름내 구슬땀을 흘리면서 잡초, 병충해와 씨름하는 동안 다가온 가을은 알록달록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고, 알곡을 거두는 틈틈이 지스러기인 이삭을 주워 담는 손길이 분주한 계절이 됐다.

벌써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왔다. 3년 동안 수능시험에 매달려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공부해 온 수험생들은 요즈음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의 마음만큼이나 바쁠 것으로 생각하면서 내일이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능 준비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수험생의 눈치만 살피면서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당해도 내색하지 못하고, 가족여행도 미루며, 외식도 취소한 채 여러분들의 기압골을 살피면서 일 년 길게는 삼 년씩 숨죽이며 살아 왔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오랜 기간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니 그동안 뒷바라지해 준 부모와 가족에 대한 고마움, 밤늦도록 지도해 준 교사들의 사랑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보살핌으로 여러분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가서는 마지막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분증과 수험표를 꼭 지참해야 하며, 수험번호에 따라 문형이 A·B로 구분되는 것을 잊지 말고, 문제지와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이름을 기록한 뒤에 침착하게 쉬운 문제부터 정성을 다해서 풀어야 한다.
답을 잘못 표기하거나 밀려 작성하면 답지를 바꿀 수 있으니, 실수하면 언제든지 답지를 다시 작성한 뒤에 제출하기 바란다.

수능시험은 모든 수험생들의 대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고, 감독관은 여러분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시험문제를 풀고 답을 옮겨 쓰는 도중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답지를 붙들고 감독교사와 실랑이를 벌여서는 안된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이나 전자제품과 반입이 금지된 물건은 반드시 따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해마다 이로 인해 퇴장당하는 수험생이 생겨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감독관의 지시를 어기고 남의 답안지를 기웃거리거나 답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하다가 부정행위자로 퇴장당하면 그 해에는 대학 진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는 지난 시간의 시험문제를 놓고, 고민하거나 기뻐할 필요가 없다. 나한테 어려우면 다른 사람들도 어렵고, 내가 쉽다고 느끼면 남들도 쉽게 풀었을 것이니 지나간 시험은 잊고 다음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편안한 곳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따듯한 물과 함께 천천히 먹고, 가볍게 산책한 뒤 다음시간을 준비하기 바란다. 탐구영역 시간에는 선택과목별로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해당 시간의 문제를 푼 후 선택과목 순서와 동일하게 답안지에 표기하고, 순서를 바꿔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제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험을 그르쳤어도 낙심하지 말아라.
자신의 진로를 고려해 점수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게 되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가 있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와 같으니 길게 그리고 멀리 바라봐야 한다.

시험이 끝나면 어떤 수험생은 해방감에 젖어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몰려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수험생도 있지만 세월을 아껴라. 최선을 다해 자기가 진학하려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면접시험을 준비하고, 그간 소홀했던 교양을 쌓기 위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활동한다면 여러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모든 수험생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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