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서도 여야 정치권의 줄다리기로 인해 진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매번 반복되는 선거구획정을 둘러싼 진통과 늑장처리를 근본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해 2016년 20대 총선부터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오는 2020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일을 기준으로 보면 선거구획정위원 명단을 확정해 5일까지 선관위에 통보해야 하고 10월 15일까지 획정위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내년 3월 15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적어도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해 정치 신인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는 아직까지 선거구획정위원 명단을 선관위에 통보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벌써부터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대로 선거구획정위원이 구성된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획정위원 구성은 국회가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실상 정당이 대부분의 위원을 선정해 획정위가 정당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은 얻기 어려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구획정위의 이런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획정위원 구성방식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한 각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자 중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 6명을 선관위원장이 위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재적위원 3분의 2인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과반수로 완화하자는 안도 포함되어 있다.

선관위의 이런 요구는 상당부분 타당성이 있으며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며 법정기일을 넘기기 일쑤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과 45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이런 불합리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선거구 획정을 그들의 손에 맡겨놓는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선관위 요구대로 선거구획정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의 입김을 배제하고 인구나 지역편차를 고려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구 획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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