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인

무상급식이라는 아주 지엽적인 문제 하나로 대권가도를 달리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낙마를 했다. 정말 잠자던 소가 웃을 만큼 기가 막힌 이야기다. 정치인이 패배자가 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승자의 길을 가게 되고, 선거에서 지면 패배자의 길을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하지만, 선거를 통해 4년의 서울특별시장 임기를 당당하게 보장 받았던 오세훈 시장은 지금 아이러니하게 패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유인 즉 21세기 국가지도자의 덕목인 ‘균형감각’이 부족한 탓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그가 한순간에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사람으로 전락한 이유다.

그랬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21세기 한국정치사에 ‘균형감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홀연히 떠나갔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가 던진 메시지를 귀담아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 무상급식이라는 정치적 사안을 놓고 오세훈 시장이 한판 도박을 벌이는 절박한 그때 그 순간에도 그랬고, 그가 떠나간 지금도 그렇다.

평생을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된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 국민의 혈세로 살림을 꾸려오던 정당들이 이제는 국민 앞에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선거혁명을 그냥 어물쩡 넘길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이미 실종된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식이 통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 그 일을 위해서 우리는 정당정치에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쏟아 붙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정치는 여전히 패거리정치만 일삼고 있다. 단 한군데도 미더운 구석이 없는 우리의 정당정치,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일만은 아닌성싶다.

정당정치는 본시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국가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정강정책을 내걸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치기반을 마련하는 일, 그게 바로 정당정치고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성공한 세계열강들이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를 장악할 패거리나 늘리는 일을 정당정치로 아는 게 문제다.

그들은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 할 지역대변자를 상향식공천으로 뽑는다. 그리고 그들은 선거라는 축제를 통해 자기 당의 정강정책을 실현할 천문학적인 선거자금도 모으고 정치세력도 규합한다. 다양한 사회를 융합하는 과정, 그게 바로 정당정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그냥 국회를 장악할 패거리만 만들면 그만이다.

그래서 한국정당들은 당선 가능한 사람이면 누구든 데려다 공천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당정치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생각해보자 놉으로 간 놈이 누가 당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말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의 형편도 그러하다. 내년 4월과 12월에 있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지금 폭풍전야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중앙당을 없애는 수준의 강도 높은 정치혁신안을 마련하는 중이고,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 역시 야권연대 등을 통한 세력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70년을 패거리정치는 그 대로 두고 또 무슨 죽을 궁리만 하고 있는 건지? 이젠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까지 시리다.

위정자들에게 묻는다. 21세기 격랑의 파고 앞에 이 나라와 민족을 책임질 균형감각 있는 정치지도자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냐고, 내 생각만 옳다고 부득불 우겨대는 단세포들은 제발 이제 그만 정치마당에서 사라져달라고, 이게 바로 저자거리 민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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