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이 ‘현금우대’ 문화 밀어내 , ‘ONLY 카드’ 카페·주차장 등 확산 , 편의점에선 ‘동전 빌런’ 신조어도
현금 사용자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현금이 만능으로 통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 속 오히려 현금이 천대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만 다루는 매장이 생겨나는가 하면 현금을 사용하면 오히려 눈칫밥을 먹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소상공인들에겐 현금이 ‘최고’지만 ‘카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점차 싹트고 있다.
◆카드전용 카페 확산
“여기선 현금은 안 받습니다. 카드전용 매장입니다.” 대전의 도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계산을 위해 지폐를 내밀면 이런 뜻밖의 안내를 받는다. 카드 안 받는 매장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현금 안 받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현금만 쓰는 사람에게 있어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다. ‘현금 안 받는 카페’가 비단 이 매장만의 일이 아니라 서구지역의 해당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이다. 카드가 없다는 말에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페카드에 현금을 충전하는 임시방편으로 음료를 주문해 마실 수 있었다. 못내 씁쓸함에 “카드 없는 사람은 이제 커피도 못 마시나요”라는 볼멘소리를 건네자 매장 직원은 “고객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결제 간편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없인 주차장에 갇힐 수도
카드 없는 설움은 주차를 할 때도 겪곤 한다. 대전의 한 체육관 주차장과 중구의 한 공영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가 그렇다. 해당 주차장에선 주차비 결제가 카드만 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주차를 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다행히 체육관 관계자에게 사정해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체육관 관리자가 없는 심야에 주차했다면 생각하기 싫은 일이 발생했을 법 하다. 체육관 관계자는 “현금으로는 주차요금을 낼 수 없다. 카드결제를 하지 않으면 바리게이트가 올라가지 않는다”며 “밤 11시 이후에는 본사하고 연락을 취해야만 바리게이트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신불자 오해…현금족은 괴로워
편의점 등에서 현금을 사용하면 눈칫밥을 먹기 십상이다. 카드결제나 모바일결제는 간편한데 반해 현금결제는 거스름돈이 오고가는 등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혹여 동전을 많이 들고 갔다가는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영화에서 ‘악당’을 의미하는 ‘빌런(villain)’ 취급을 받기도 한다. 편의점에서는 동전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을 ‘동전 빌런’으로 부르기도 한다. 편리함이라는 명분으로 카드를 우대하는 사회가 점차 다가오면서 현금족들은 불편한 오해까지 받기도 한다. ‘카드 없는 사람=신용불량자’라는 등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금족의 입장에서 ‘카드우대 사회’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