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줄줄이 폭락
투자자 한숨·후회 이어져
대전 결제 가능 업체 ‘0곳’
“가격 변동 심해 결제 중단”
올해 최고의 유행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가즈아’란 말이다. ‘가즈아’란 유행어는 지난해 하반기 가상화폐 열풍과 함께 대중적으로 퍼지면서 현재까지도 방송, 게임, SNS, 유통업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상화폐 판에서는 더 이상 ‘가즈아’란 추임새를 듣기 힘들어졌다. 장밋빛 인생을 보장해줄 것 같던 가상화폐가 지난 1월을 기점으로 그 가치가 폭락하면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7일 최고가 2504만 원을 기록한 뒤 폭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이달도 이어져 지난 15일 700만 원대가 무너졌고 29일 오후 4시 16분 기준으로 474만 4000원을 기록했다. 다른 가상화폐 역시 줄줄이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인 형국이다. 하락장이 장기화되자 가상화폐 투자자들 입에선 ‘가즈아’ 대신 ‘버티자’란 말이 더 익숙한 모습이다. 몇몇 투자자들은 한 때 가상화폐의 장밋빛 전망을 맹신했던 자신을 후회하기도 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A 씨는 “호기심으로 발을 들인 가상화폐가 이렇게 힘들게 할 줄 몰랐다. 당시엔 ‘투자 안 하면 바보’라 할 정도로 너도나도 투자에 나서 2년 모은 적금까지 깼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참 미련한 짓이었다”고 후회했다.
가상화폐는 중앙 집중형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적잖은 투자자들이 지폐나 동전대신 가상화폐가 활발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가상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례는 아직 국내에선 거의 찾기 힘들다.
가상화폐 투자자 B 씨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미래화폐라고 하는데 실제 가상화폐를 사용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이 지금 우리 생활 어디에 쓰일 수 있겠냐”며 “특히 요즘같이 바닥을 알수 없을 정도록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선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대전지역에서 가상화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가 14곳으로 파악됐지만 현재는 단 한 곳도 없다.
대전의 한 소매업 점주 C 씨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개인거래를 통한 가상화폐 결제를 실시해 왔고 실제로 결제 문의도 꽤 있었다. 하지만 단 한차례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엔 가상화폐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해 결제를 중지하게 됐다” 고 말했다.
비트코인 결제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큰 폭으로 줄었다. 블록체인 연구 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17개 주요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 업체에서 사용된 비트코인 규모는 지난해 12월 4억 2700만 달러에서 지난 9월 9600만 달러로 80% 가까이 줄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