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유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채권관리팀장

 
조상유 채권관리팀장

 인류 문명과 역사를 함께하는 것이 개인 간의 채권채무관계이다. 그리고 빚을 갚지 않도록 탕감해 주는 역사도 이와 같다.

인류 4대 문명의 기원 중 하나인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BC 2400년경 신전에 소속된 신관들이 지방상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대부행위가 일반 백성에까지 퍼져간 것이 소비자융자의 시작이라고 한다. 융자에 대한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담보물, 곡식과 가축은 물론 농지까지 차압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한다. 부채를 갚지 못하면 자식과 아내, 본인의 영혼까지 빼앗겼고, 흉년 등이 들어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은 더 심하게 됐다.

이렇게 부채 때문에 어려워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채무증서를 탕감해 주는 깨끗한 서판(Clean slate) 의식이 새 왕이 즉위하는 때 등 정기적으로 진행됐다. 우리 역사를 봐도 신라 문무왕때 어려운 백성들의 빚을 면제하고 이자를 탕감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도 흉년이 들거나 춘궁기에 빌려줬다가 추수 후에 되돌려 받는 환곡과 같이 백성이 나라에 진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이 종종 있었다.

왜 인류는 오랜 과거부터 부채탕감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만큼 부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펼쳐 나가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보육과 교육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건강, 주거, 노년의 삶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복지 행정을 펼쳐 나가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부채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이런 정책만을 펼친다고 삶의 질이 개선이 될까?

대전·세종·충남에만 지난해 10월말 기준 1000만 원 이하의 소액을 10년 이상 장기연체하신 분들이 약 13만 명에 달한다. 대전 기준으로 보면 약 10가구 당 1명이 장기 소액 연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이분들 대부분이 형편이 어려운 분들인데 장기간의 채권추심으로 겪으셨을 고통을 생각하면, 이 분들에게 있어서 첫 번째 삶의 질 개선은 부채탕감일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포용적 금융’정책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는 이분들을 대상으로 내년 2월 28일까지 장기소액연체자 재기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이분들이 이러한 제도를 알지 못해서 신청을 많이 못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부처 간 또는 기관 간 협업이 대세라고 한다. 이제라도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단체 등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분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이 재기할 수 있도록 서포터즈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홍보와 상담을 통해 대전·세종·충남의 더 많은 분들이 채권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