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이웃돕기 기부금품 모집 등록 2년째 공백

경기불황, 기부불신 문화 고착화…기부자 지갑 닫혀

계절적인 한파에 경기 한파까지 겹친 가운데 한파를 녹여 줄 기부문화까지 얼어붙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눔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해 지는 요즘이지만 극심한 경제 불황 탓에 기부심리가 위축되면서 개인과 단체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 사건을 비롯해 ‘새희망씨앗’ 기부금 횡령 등 도처에서 후원금 유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위축된 연말연시 기부·후원의 단면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라 단체나 기관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1000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10억 원 이상은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7월 대전의 한 단체가 ‘남북교류협력 통일응원단 운영 지원’ 명목으로 모집 등록을 한 것을 제외하면 저소득 사회계층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은 2년째 ’동결‘인 거다. 2015년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 및 취약계층 지원’,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지원’ 등 2건이 마지막으로 후속 등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상과 목적이 분명한 자발적 기탁금품도 줄고 있다. 대전시 지정기탁금품 접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번의 기부심사위원회에서 19건의 심사가 이뤄져 6억 3800만 원을 접수한 이후 2014년 1억 7000만 원, 2015년 2억 6200만 원, 2016년 5600만 원 등 지정기탁액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인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어금니 아빠의 여파가 올해까지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기부 불신 문화가 단체기부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기부도 예년같지 않다. 최근 구세군 자선냄비가 지역 번화가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관심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정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목격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민 염 모(36) 씨는 “정말 여유가 있으면 한 푼이라도 더 내고 싶은데 많이 어렵다”며 “이보다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인지 내가 낸 성금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까라는 의심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기부문화가 위축되면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의 겨울나기가 유난히 힘겨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명한 기부문화 조성과 십시일반 온정의 나눔이 그 어느 때 보다 더 필요하다”며 “최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기부·후원금에 대한 정보 투명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혀 기부문화에 다시 훈풍이 불기를 기대한다”고 간절히 말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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