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출신 이돈주 선생, 시집 ‘그림자 동행’ 출간

산을 넘으면 물
물을 넘으면 또 거친 길
산다는 게 뭔지
힘든 일 하나 지우면
까다로워 겨운 일 또 닥치니
사람 한평생
걷다가
숨차게 뛰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되풀이
-‘세상살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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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재(錦齋) 이돈주(李燉周) 시인에게 인생이란 잘 지나갈 수도 있는, 하지만 힘들고 거칠게 지나가는 오늘의 축적이다.
산을 넘으면 물, 물을 건너면 또 고개가 있지만, 그는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이 됐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기로(耆老)의 시인이 기해년(己亥年)을 목전에 두고 시집 ‘그림자 동행’(도서출판 이든북)을 출간했다.
시인이자 화가인 백혜옥의 표지 그림과 글씨로 장식이 된 ‘그림자 동행’에는 제1부에서 5부까지 ‘저녁놀 언덕’, ‘비 온 뒤’, ‘시대염원’, ‘청명절’, ‘목척교 아래’를 비롯한 총 89편의 시가 가지런히 담겼다.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번 시집에서 이돈주 시인은 소박한 소재들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면서 우리가 잊고 지내온 서정적인 감성을 환기시킨다.
그는 자연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담긴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웅진공주’, ‘대청호 둘레 나들이’, ‘한밭사랑’, ‘세종호수공원’ 등의 작품에는 그의 애향심이 고스란히 배어있기도 하다.
영문학 박사인 최동오 충남대 교수는 이돈주 시인의 시세계를 ‘기록의 시학, 그 너머’로 표현했다. 최 교수는 “이돈주 시인이 드러내는 자연 세계와 시의 회화성, 금언(金言)의 세계는 사실 분리돼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시인이 일깨우는 대지의 상상력은 자연을 신뢰하는 데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세계를 구성한다.
그러한 이야기의 다른 이름이 시의 회화성을 담보하는 이미지이고, 시인은 이를 통해 현재를 바로 보는 노스탤지어(Nostalgia, 향수·鄕愁)를 끌어당긴다. 시인이 구축하는 금언의 세계는 과거를 반추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의무의 세계”라고 평했다.
시인에게 대지와 이미지, 금언은 상호 연결된 전체의 고리이며, 어제와 오늘과 내일도 상호 작

용하는 전체의 한 부분이다. 그의 기록은 낱말의 기의(記意)를 넘어서며, 마음으로부터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시로 생명력을 얻은 것이다.
1954년 공주에서 출생한 이돈주 시인은 1982년 충남문인협회에 가입했고, 1986년 ‘오늘의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시와의식’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한 후 그동안 시집 ‘고개를 넘으며’, ‘숲길에서’ ‘마음의 길목’ 등을 펴낸 시인은 1992년 시 전문 동인지 ‘풀무문학’을 창립했고, 2015년 한민족대상(문화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전문협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