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호남선 개통 맞물려 몰락
이용객 지속 감소…존폐 기로에
국토의 중심, 교통의 도시 대전의 한 축을 담당한 서대전역.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켜온 서대전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호남선 중심역으로써 철도의 대동맥 역할을 해 온 서대전역은 철도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코레일이 경영상의 이유로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4편을 줄이겠다고 나섰다가 이를 유보하는 선에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서대전역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존폐의 기로에 선 서대전역 활성화의 방법론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대전의 역사는 철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대전역은 대전역과 함께 교통의 도시 대전, 특히 중구 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철길를 따라 사람이 유입됐고 그렇게 도시가 성장했다.
서대전역 시발점은 1931년 대전군 유천면 유지들의 연대서명으로 시작됐다. 역사 설립 운동이 시작돼 1935년 5월 착공했고 이듬해인 1936년 10월 준공돼 11월 1일 보통역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대전 서쪽의 작은 역이었던 관계로 역명이 서대전(西大田)이었다. 이후 1965년 오정선이 조성되고 1978년에는 대전조차장역~서대전역 구간의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호남선 열차는 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서대전역을 거치면서 서대전역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남행열차의 첫 번째 관문으로 서대전역이 자리를 잡은 거다. 이와 함께 대전시의 광역시 승격과 둔산신도시 건설, 유성의 부도심화, 1993년 대전엑스포 등으로 늘어나면서 서대전역은 새마을호까지 정차하는 역이 됐다.
KTX 개통은 서대전역의 전성기와 황금시대를 열었다.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역사가 신축됐고 모든 호남선 경유 열차가 정차하는 주요 역의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러나 2015년 서대전역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 해 4월 KTX 호남선이 신설되고 오송역이 KTX 분기역을 담당하며 서대전역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KTX 정차 횟수가 1일 16회, 주말 18회로 감축된 거다. 기존 호남선 이용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서대전역 수요를 고려해 일부 경부선 KTX가 수원역이나 밀양역, 구포역을 경유하는 것처럼 호남선 KTX도 서대전역을 경유해 운행 횟수를 늘리려는 안이 제시됐지만 호남 정치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6년 12월 수서고속철도 개통은 죽어가는 서대전역에 잠시나마 활력을 불어 넣었다.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열차가 18회에서 22회로 4회 증편된 거다.
서울을 출발해 서대전역을 거쳐 전북 익산역으로 가는 KTX 노선은 10회로 줄었지만 서대전역을 거쳐 전남 목포역과 여수역으로 가는 KTX는 각각 4회 신설됐다. 서울 용산역에서 서대전역을 운행하는 KTX도 4편 증편됐다. 그러나 이용객이 다시 줄자 코레일은 열차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감편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서대전역은 이제 몰락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의 중심축이 중구에서 서구·유성구로 옮겨진 상황에서 이제 서대전역은 대전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