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장 개선에 포장마차 갈 곳 잃어

지난 24일 대전역 서광장에 설치된 주차장 진출입로 변경계획 공사예고판 옆에서 가락국수 포장마차가 장사를 하고 있다. 강선영 기자

상인·인근 유료주차장도 반발 팽배
공사 시행되면 생존권 투쟁 감행

대전역의 상징, 추억의 가락국수 명맥을 잇고 있는 대전역 가락국수 포장마차 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4일부터 서광장 교통 변경계획 공사를 시작하면서 광장 한편을 채운 가락국수 포장마차들이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포장마차 상인들과 인근 ‘철마주차장’ 운영자 등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생존대책 등을 요구하는 파업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철도공단은 동구 정동 1-1번지 대전역 서광장 주차장(철마주차장) 진출입로 변경계획을 위해 오는 31일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사를 시행한다는 게 철도공단 측의 입장이다. 서광장 입구 쪽 택시, 자가용 승하차로 인한 시민불편 민원과 안전상의 이유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변경계획에 따르면 현재 서광장 약국과 편의점 앞 택시 승강장 출구 쪽 진출입로를 안쪽으로 변경하고, 도보를 설치한다. 현재 가락국수 포장마차 4대씩 영업을 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30~40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공사로 인해 당장 갈 곳을 잃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인들은 “대전의 명물 가락국수의 명맥을 이어온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서 40년 동안 장사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공사를 하니 알아서 장사할 곳을 찾으라고 한다”며 “특별한 대책과 대안 없이 갑자기 공사를 시작한다고 푯말을 세워놔서 잠도 한숨 못자고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현재 가락국수 포장마차는 총 7대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7대가 나란히 포장마차를 운영한 적도 있으나 서광장 개선사업 등을 이유로 철도공단이 요청해 3대, 4대씩 나눠서 나오기로 협의하고 최근에는 3대, 4대씩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번갈아서 영업하고 있다. 공사 시작이 예정돼 있던 24일은 철도공단 측이 실측만 하고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아 3대의 포장마차가 나와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40년 동안 포장마차를 운영 해 온 최금순(78) 씨는 “여기서 가락국수만 40년 동안 말았고, 젊다고 하는 막내가 25년 됐다”며 “인근 주차장 사장님 등한테는 공문도 보내고 공사 설명을 했다는데 포장마차 영업이 불법이라고 우리한테는 공사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고 공사시작 푯말을 설치하게 되면서 알게 됐다. 당장 연말까지 장사하려고 준비해놓은 재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앞으로 생계는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문제는 서광장 진출입로가 변경되면 포장마차 상인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는 거다. 공사로 인해 바로 옆 철마주차장 입구가 막히면 이곳에서 7년 동안 장사를 해온 주차장 업주가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철마주차장 운영자 김경준 씨는 “이 공사로 주차장 진출입로를 막게 되기 때문에 결국 우리보고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공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민원을 넣기도 했는데 결국 공사를 하게 돼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특히 철마주차장 측은 철도공단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진출입로를 변경한다는 공사 계획이 터무니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시민들의 안전상의 문제라고 하는데 공사를 진행해도 사실 광장넓이를 안쪽으로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도보로 만든다고 해도 택시 불법주정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결국 교통체증과 안전 문제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철도공단에서 대한통운 뒷골목을 일방통행으로 해줘 그쪽으로 차량이 진입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쪽에는 인도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 늘어나는 차량증가로 인한 사고가 증가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한데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은 전무하다. 결국 교통개선 안전대책이 아닌 눈가리고 아웅밖에 되지 않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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