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시조한담] 주의식의 ‘주려 죽으러…’
  • 금강일보 기자
  • 승인 2019.02.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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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명예교수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에 들었거니
한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굶어 죽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갔는데 설마 고사리를 캐어 먹었겠느냐? 고사리의 생김새가 곧지 못하고 굽은 것이 미워서 그것을 곧게 펴보려 캔 것이리라.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착상이 재미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紂王)을 멸하고 주(周)왕조를 세우자,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행위가 인의에 위배된다 하여 주나라의 곡식을 먹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 굶어 죽었다.

성삼문의 절의가가 있다. ‘수양산을 바라보면서, 백이와 숙제를 한탄하노라. 굶어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뜯어먹어서야 되겠는가? 비록 푸성귀라 할지라도 그것은 누구의 땅에서 났더냐.’ 백이 숙제는 고사리를 캐어 먹다 죽었지만 자신은 푸성귀라도 뜯어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사리를 캐어 먹고 안 먹고가 무슨 상관이랴.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를 먹으려고 캐었겠느냐. 굽은 성질이 미워 펴보려고 캐었겠지. 굽은 것을 곧게 펴려고 그러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성삼문의 절의가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비판에 대한 변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풍자이기도 하지만, 지은이가 백이 숙제를 들고 나온 것은 조정 벼슬아치들의 어지러운 행태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성삼문에게 꾸지람을 당한 그런 절개마저 찾아보기 어려운 세태에 대한 지은이의 탄식이기도 하다.
청구영언에 수록된 그에 대한 남파의 발문 일부이다.

대개 그 사곡을 보면 그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반드시 속된 사람은 아니었다. 아! 공은 한갓 신번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몸가짐이 공손하고 검소하며 마음씀이 편안하고 조용해서 삼가는 태도가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

‘소대풍요’의 ‘작가목록’에 보면 ‘주의식자도원호남곡나주인무과칠원현감선화묵매상기절(朱義植字道源號南谷羅州人武科漆原縣監善?墨梅)’이라는 기록이 있다.

주의식은 조선 숙종·영조 때 사람으로 자는 도원 호는 남곡이다. 나주인으로 숙종 때 무과에 급제했고 칠원현감을 지냈다. 묵매를 잘 그렸고 시조 14수가 전한다.

그의 시조의 주제는 자연·탈속·계행 및 회고와 절개 등이다.

인생을 혜여하니 한바탕 꿈이로다
좋은 일 구즌 일 꿈 속에 꿈이여니
두어라 꿈 같은 인생이 아니 놀고 어이리

그는 명가다. 남파 김천택은 그가 말이 정대하고 뜻이 부드럽고 풍아의 운치가 있다고 했다. 마음씨가 곱고 풍도가 있는 군자였으니 이런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하늘이 높다 하고 발져겨 서지 말며
따히 두텁다고 마이 밟지 마를 것이
하늘 따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하늘이 높다 해서 발꿈치 돋우고 서지 말며 땅이 두텁다 하여 단단히 밟지 말 것을 하늘과 땅이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그른 말 하나도 없는 만고의 진리다. 갈수록 도덕이 해이해지고 있는 작금에 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경계의 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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