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시조한담] 진국명산만장봉이…
  • 금강일보
  • 승인 2019.03.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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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명예교수

초장
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峯)이
2장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이라
3장
거벽(巨擘)은 흘립(屹立)하여 북주삼각(北主三角)이요
기암(奇巖)은 두기(斗起)하여 남안잠두(南案蠶頭)로다
좌룡낙산(左龍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蟠空) 응상궐(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鍾英) 출인걸(出人傑)허니 미재(美哉)라
아동방(我東方) 산하지고(山河之固)여
성대태평문물(聖代衣冠太平文物)이 만만세지(萬萬歲之) 금탕(金湯)이로다
4장
연풍(年豊)코
5장
국태민안(國泰民安)허여 구추황국(九秋黃菊) 단풍절(丹楓節)에 인유이봉무(麟遊而鳳舞)커늘
면악등림(緬岳登臨) 허여 취포반환(醉飽盤桓)하오면서 감격군은(感激君恩)하여라

북한산 만장봉이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올라온 것이
금빛의 연꽃 봉우리 같구나.
거대한 산벽이 우뚝 솟고 북쪽 주봉은 삼각산이요, 경복궁은 남쪽 누에머리 남산을 대하는구나. 좌측 용 낙산과 우측 호랑이 인왕산은 공중에 서리어 대궐문을 마주하고, 상스러운 기운은 영기를 모아 인걸을 나게 하니 이 아니 아름다운가. 우리나라 산하의 견고한 요새여, 태평성대의 문화와 예의 바른 풍속이 만세를 가도 견고하도다.
매년 풍년이 들어
국가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여 가을에는 기린이 놀고 봉황이 춤추거늘, 앞산을 보고 앞산에 올라 취하고 배가 불러 두루 돌아다니니 이것이 임금의 은혜로구나.

서울의 빼어난 산세와 나라의 태평을 노래한 사설시조다. 조선시대 서울 지세와 궁궐터가 명당이라는 것과 이러한 기운을 받아 임금과 백성이 만세토록 태평성대를 누리자는 내용이다. 민족주의와 애국심 때문에 일제 말기에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한 시조다.

이 시조는 남창 가곡 편수대엽(編數大葉)의 노랫말로 쓰였다. ‘청구영언(靑丘永言)’, ‘병와가곡(甁窩歌曲)’, ‘가곡원류(歌曲源流)’ 등에 전해지며 300여 년 전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다. 가곡은 시조와는 달리 시조시 3장을 5장으로 부른다. 이 시조는 단가에서도 사용됐는데 가곡에는 없는 후반부 사설이 덧붙여져 있다. 단가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소리를 말한다.

편수대엽은 장단을 촘촘히 엮어 나가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며 ‘편잦은한잎’이라고도 한다. 남창·여창에서 모두 불리며 풍도는 ‘대군구래(大軍驅來) 고각제명(鼓角齊鳴)’이다. 많은 군대가 몰려오면서 일제히 북치고 나팔 부는 느낌으로 부르라는 뜻이다. 템포가 빠르고 음이 높다. 소리가 요란하나 질서가 정연하고 가락이 잘 조화되어 있어 매우 아름다운 곡이다.

올해가 3·1 독립선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미래의 태평성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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