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이 모두 세 차례의 사업자 공모에서 모두 아무런 응모자가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최근 진행된 3차 대전역세권부지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기업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대전역은 서울역, 용산역, 동대구역, 부산역과 더불어 전국 5대 역 가운데 한 곳이다. 오늘날의 전국 5대도시 대전이 있기 까지는 대전역의 역할과 기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무려 세 차례의 역세권개발을 위한 민간 공모에서 단 한 곳의 업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대전은 더 이상 국내 철도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 대전역은 호남선 열차도 정차를 했다. 호남으로 가는 기차는 대전역에서 기관차를 바꿔 달고 방향을 바꿔 대전선 철로를 이용해 호남선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명실상부 경부와 호남선이 분기역이었다.
그러다가 호남선 열차는 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서대전역에서 승하차를 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대전역은 오로지 경부선의 승객과 수하물을 담당하는 역으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고속철이 등장했다. 대전역과 천안아산역, 오송역이 분기점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대전과 천안은 비교적 미온적이었지만 충북도민들은 오송역 분기 관철을 위해 분투했고 급기야 고속철 분기역이 오송역으로 결정됐다.
한때 대전역을 호남선 분기점 이전의 회덕 조차장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급팽창했지만 대전역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차장역으로 역을 옮겼더라면 대전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듯 몇 차례 대전의 철도역사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지만 그때마다 안일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지금 대전역은 그저 경부선의 통과역 기능만 담당하고 있다. 더 이상 분기역이란 중차대한 역할이 없다.
그러다보니 대전역은 물론 역 주변은 수십 년째 발전이 없다. ‘여기가 대전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하고 남루한 모습이다. 선상야구장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하며 대전역이 급성장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무산됐다. 선상야구장 건립계획이 무산되면서 역세권개발에 응모를 고려하던 모든 기업들이 발길을 돌렸다. 무척이나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지만 그들을 붙잡지 못했다.
대전역은 벌써 수차례 역사적 갈림길에서 번번이 좌초하며 발전의 동력을 잃었다. 더불어 대전의 발전도 동력을 잃었다. 대전은 이제 더 이상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아니다. 그저 중간 기착지에 지나지 않는다.
원도심의 발전축이 돼야할 대전역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동구와 중구도 기약 없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지켜보자니 한숨뿐이고 탄식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