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봄이 다가오며 따뜻한 날이면 미세먼지가 여지없이 기승을 부린다.
여기에다 일자리조차 최악이라는 뉴스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더 무겁게 한다.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최우선이란 선언을 했다. 대통령비서실엔 일자리수석비서관까지 뒀다. 그런데도 출범 2년이 다가오는 성적표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만 명을 밑돌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 2월에 26만 명을 넘어서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체감실업률은 13.4%, 청년층 실업률은 24.4%로 급등하며 역대 최악의 수치로 나타났다. 실업자 수도 130만 명을 넘었는데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40만 명 급증한 반면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24만 명이 줄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에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성 높은 공무원 시험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높은 임금과 미래의 비전이 기대되는 대기업 입사 시험은 수백 대 일까지 경쟁률이 치솟는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싫다는 한국 청년들도 일본의 중소기업에는 기꺼이 취직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확대돼 평균적으로 65%를 넘지 못하는 실정인 반면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다년간 유지하고 있다.
대졸 초임은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또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머물러 있거나 10인 미만의 소상공업종인 우리나라 중소기업과는 달리 일본의 중소기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강소기업이 많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저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77.8%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7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까지 졸업한 취업희망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수는 전체 기업수의 99.9%, 종사자 수는 82.2%로, 대기업보다 월등히 많다.
양질의 대졸 출신 인력과 이들의 요구를 채워줄 수 없는 중소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들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청년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게 만들려면 일본의 경우처럼 높은 임금과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중소기업을 양질의 일터로 바꿔 놓아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높은 기술력을 가질 때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연구개발 성과를 기업에 이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한국기계연구원은 기술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연구원 일인당 기술료 수입이 수 년째 출연연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 이전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기술력 향상을 위한 기업기술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즉시 및 단기 기술지원, 패밀리 기업 선정을 통한 전문기업으로의 육성, 창업 보육 센터 운영 및 연구소 기업의 발굴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기계연 보유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정년에 가까운 고경력 연구자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직접 조사하고 해결해 주는 기업지원트랙까지 시행하고 있다.
기업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출연연들의 보다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지원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고 다수의 강소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제가 살아나고 많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도 더불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