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순의 시조한담] 계면조 중거 ‘청풍북창하에…’
  • 금강일보 기자
  • 승인 2019.04.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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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명예교수
 

<초장> 청풍(淸風) 북창하(北窓下)에
<2장> 갈건(葛巾)을 기우쓰고
<3장> 희황(羲皇) 벼게우에 일없이 지였으니
<4장> 석양에
<5장> 단발초동(短髮樵童)이 농저환(弄笛還)을 허더라

갈건은 베로 만든 두건을 말하며, 희황은 복희씨를 말한다. 희황상인으로 태고적 사람, 속세를 떠나 한가로이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청풍 북창 아래에 갈건을 기울여 쓰고
희황상인이라 수놓은 베게 위에 일없이 누웠으니
석양에 머리 짧은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오더라

강호자연 속에서 누리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경지를 노래했다. 남창가곡 계면조 중거로 불리는 김천택의 시조다.

김천택은 조선 숙·영조 때 ‘청구영언’을 편찬한, 80여 수의 시조를 남긴 시조 작가로 김수장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중거는 가곡의 세 번째 곡으로 ‘중허리’ 또는 ‘중허리 드는 자즌 한닙’이라고도 한다. 우조와 계면조가 있고, 남창과 여창에 다 있다. 곡의 초장 중간을 높이 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장에서 높여 부르는 중허리 시조의 명칭도 바로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중거는 이삭대엽의 파생곡으로 선율이 많은 부분에서 같다. 이삭대엽보다 빠르고 1장의 중간 선율과 3장과 5장에서 높은 소리를 내는 것이 다르다. 여창 중거는 속소리를 많이 사용하며 요성이 심하고 선율에도 굴곡이 많다.

초삭대엽에서 삼삭대엽까지는 속도가 느리고 농·낙의 곡조들은 중간 속도이며 편의 곡조들은 빠른 속도다. 마지막 곡 태평가는 아주 느린 속도로 최초의 템포로 되돌아가 가곡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가곡은 소용이를 중심으로 그 앞은 삭대엽 계열의 정격 가곡이며 뒤의 노래들은 농·낙·편의 변주된 곡조들이다. 중거는 삭대엽 계열로 정격 가곡에 속한다.

초삭대엽으로 시작해서 이삭대엽·중거·평거·두거·삼삭대엽·소용까지는 곡조가 절제돼 있어 젊잖게 노래를 부르나 언롱·평롱·우롱 등 농조에서부터는 곡조가 멋스럽게 변해 절제된 선율이 부드럽게 풀린다. 계락·우락·언락 등 낙조에 이르러서는 속도가 빠르고 흥취가 고조되면서 가곡의 참맛을 여기에서 보게 된다. 그러나 낙조의 노래들은 아정하여 흥청이듯 즐겁게 부르면서도 넘쳐 흐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점잖은 선비들이 흐트러진 이런 자세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는 없다. 어지러워진 것을 바로잡고 옷깃을 여미고 큰 기침을 하며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것이 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녀가 함께 부르는 태평가다. 초삭대엽으로 시작해 계면 소용까지는 원래의 자세를 유지하다가 농·낙·편으로 내려가서는 질탕하게 놀고 태평가에서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가곡의 남녀 한바탕이다.

현재 계승되고 있는 남창 계면조의 중거는 ‘있으렴’ 등 5곡이 전하고 있으며 여창은 ‘서산에’ 등 7곡이 전하고 있다. 총 남녀창 12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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