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호 대전시 도시재생주택본부장

 

무선 호출기(삐삐)가 보급되고 메시지 확인을 위해 공중전화에 길게 줄을 서던 1993년에 빌 게이츠는 “사람들은 갖고 다니는 작은 기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뉴스를 보며 항공편을 예약하고 금융시장의 정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미래를 예언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대로의 변혁을 예고한 것이다.

그때는 토지의 경계를 확인하려면 관공서를 방문하여 복사된 도면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인터넷 검색창에 주소만 넣으면 로드뷰, 항공사진과 지적 경계가 뜨고, 촬영 시기별로 비교 가능한 시공간 통합 4차원의 자료까지 제공되고 있으니, 빌 게이츠의 이야기는 지적(地籍) 분야에도 적중한 셈이다.

BC 3000년 전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 후 토지 소유권 분쟁의 최소화를 위하여 시작된 측량을 근대의 지적제도로 확립시킨 사람은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나폴레옹이다. 그는 봉건 제도를 무너뜨리고 토지 측량과 관리를 확립하여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지적법을 제정(1807~1850년) 하였고 영토 확장과 더불어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토지수탈과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토지조사사업(1910년)이 실시되었다. 이 당시의 측량은 줄자와 나침반을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종이 지적도는 100여 년의 세월 속에 한국전쟁으로 인한 소실과 훼손·마모 등으로 수차례 재작성됨에 따라 변형과 측량에 따른 오차가 누적되었다. 이로 인해 전국 3700여만 필지 중 554만 필지가 지적도와 실제 경계가 불일치하여 경계분쟁으로 인한 행정소송 비용만 연간 4000억 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최초의 면적 단위로 등록된 토지-평(平 3.3㎡), 임야-무(畝, 30평)를 단순 환산하여 사용함으로써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등록되는 현재의 디지털 지적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앞서 근대 지적을 완성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지적재조사와 지적공부 형식 개편을 통해 지적 디지털화를 실행하였고, 일본은 1951년부터 현재까지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 지적 제도가 도입된 대만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문제점이 발생되어 1973년부터 40년간 지적재조사사업을 완료하였다.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지적재조사사업은 시범사업 및 선행 사업,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등 오랜 준비 기간 끝에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 시는 전체 사업 대상 5만 9317필지를 2030년까지 완료할 목표로 지금까지 8628필지의 사업을 완료하고 1721필지를 추진 중이다. 올해는 동구 비룡1지구 등 5개 지구, 730필지의 실시 계획을 수립하고 토지 소유자의 동의서 징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주민설명회, 주민공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적불부합으로 인하여 사실상 개인 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측량·경계 협의·조정금 정산·공부정리·등기 등의 절차를 관에서 주관하되 전 과정을 주민들의 참여와 합의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사업이 완료되면 경계분쟁이 해소되고, 불규칙한 경계를 바로잡아 토지이용이 편리하도록 하며, 조정을 통해 맹지의 도로 확보가 가능하여 시민의 재산권 보호함과 동시에 토지 활용도 증대시키게 된다.

’지적재조사사업은 최신 기술과 장비로 국토를 새롭게 측량한 정확한 측량성과 제공으로 지표 정보를 제공하던 2차원 지적에서 지하철, 통신 등 지하 정보와 송전선로, 고가도로 등 지상의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지적을 실현하게 한다. 또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등 관련 분야에 제공하여 공간정보산업 활성화 촉진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에 날개를 다는 디지털 국토가 완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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