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천 변호사

지난 해 8월 경북 봉화군에서는 민원이 뜻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70대 고령자가 면사무소 공무원들에게 엽총을 난사하여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인천 서구에서 알코올 중독인 40대 아들이 일을 하지 않고 매일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살해한 아버지(75세)가 구속됐고, 지난해 4월에는 경북 포항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앙심을 품은 A(69세) 씨가 주민들이 함께 먹으려고 끓여놓은 고등어탕에 살충제를 넣은 사건도 발생했다.
위와 같이 노인범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범죄 유형이 다양화되며 흉악하고 대범해져 강력범죄와 같은 중범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범죄는 2013년 7만 7260건에서 2017년 11만2360건으로 45%나 증가했는데, 전체 범죄 발생 건수가 2013년 185만여 건에서 2017년 166만여 건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노인범죄의 급증 현상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가 다소 미미한 상황이지만, 노인범죄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고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여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
노인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우선 수명연장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으로 다른 나라에 비교해 진입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그러다 보니 노후생활에 대한 사전 준비가 소홀했고, 퇴직 이후 연금, 일자리 부족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증가해 ‘생계형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를 보면,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에 달했고, 특히 7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60.2%를 기록해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푸대접에 따른 자존감의 하락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전에 노인들이 배울 점이 많은 ‘인생 선배’로 대접받았다면, 지금은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젊은 세대의 싸늘한 시선에 소외된 노인들은 마음 속에 분노가 쌓이고, 그 분노가 범죄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 국내 1인 가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7년 24.4%에 달할 정도로 독거노인이 증가한 점, 신체적인 기능 저하 등에 따른 우울증과 자신감의 상실, 가족과의 불화 등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인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는 우선 노인일자리 확충, 연금 지급 확대 등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노인이 일자리를 찾으면 절대빈곤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사회와 연결고리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세대 간의 이해부족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실정에 맞는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였으면 한다. 지역사회에 있는 행정기관, 경찰서 등이 협력하여 노인들의 자존감을 살려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수사와 재판, 교정시스템이 노인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지, 노인범죄에 대한 효율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연륜과 경험의 소유자가 수사와 재판을 하거나, 소년이나 여성처럼 노인을 전담하여 수사 및 재판을 하는 부를 두거나, 노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추어 교정·교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고령사회는 노인범죄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 밖에 없는 바, 급증하는 노인범죄를 최대한 줄이고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뿐 아니라 노인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