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얼마 전까지 그 자리에 병풍처럼 고스란히 있더니 어느 날 사라져 버렸다. 3호 말고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가 떠난 자리는 겨우 주차장이 되었다. 주차비가 비싸니 돈은 되겠지. KTX 타고 대전 도착한 가족 데리러 주차하고 올라갔다오면 그거 얼마나 있었다고 천원이 넘었다. 그렇게 현실적인 이유로 보급창고는 사라졌다.
건립 당시에는 ‘조달본부 대전주재’로 불리다가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재무과 보급 창고’로 바뀌었다. 3호라고 써있으니 죽 열지어 있었던 건물이었나보다. 사통발달 목좋은 대전은 전국 어디로든 화물을 보낼 수 있으니 보급창고가 많이 필요했다. 목재 트러스 지붕구조로 되어 있고 내부는 기둥 하나없이 텅 비어 있어 많은 짐을 넣어 둘 수 있다.
얼마 전 대전시의 웰메이드 ‘사이잇다’ 프로그램에서 음악회를 열어 운좋게 들어가보니 허름한 판자만 뵈던 외관과는 완전히 다른 든든한 목조건물로서 근엄하기까지 했다. 나무결이 들어난 창고는 합판이나 각목으로 이루어진 임시건축이 아닌 나무 저택스러웠다.
1956년 온전히 나무로 지어졌다. 근대 건축 중에 나무로만 만들어진 것이 전국적으로 유일해서 이미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철도공사의 드높은 쌍둥이 건물 아래에선 초라하다 못해 안쓰럽다.
등록문화재 제168호라는 신분 보호 증명서를 달고있으니 사라지지는 않는걸까. 3호 만이라도 살려줘서 고마워해야하나 싶다가도 손이 닿을만큼 주차장에서 가까운 것을 볼 때면 ‘담배꽁초 하나 던지면 끝나겠다’ 싶은 두려움이 생긴다.
기차타고 나와서 그 해방감에 한 대 피우다가, 운전하려고 차에 오르기 전 한 대 피우다가 무심코 던진 꽁초가 내 친구를 저 세상으로 데려갈까봐 나는 무섭다. 60년을 명태처럼 말라서 10분이면 미련없이 떠날 친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