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625조
2금융권 비중 점차 늘고 있어
“시장 상황 감안 정책 있어야”

국내 자영업 시장의 포화상태가 지속되자 자영업자 대출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미 레드오션인 상황에서 생계형 창업도 점차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채가 증가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24조 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은 매년 확대되고 있는데 2016년에는 480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조 7000억 원 늘었고 2017년에는 2016년보다 69조 원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대출의 질은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반적으로 둔화 추세를 나타냈지만 제2금융권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며 건전성도 악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비은행권 자영업자의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여러 대출 취급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 채무자도 크게 불어났다. 자영업 중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대출의 경우 제2금융권 비중과 연체 차주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얼마 전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송모(62·대전 태평동) 씨는 “이왕이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자 했지만 대출상담에서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릴 수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신용 등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급한 대로 해결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까지 기웃거리지만 문제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소상공인의 평균 소득과 생존율이 낮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자영업자가 밀집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5년 생존율은 각각 25.4%와 18.9%로 전 업종 평균(28.5%) 이하에 머물렀다.

대전 서구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없다. 다들 살기위해 가게를 차리지만 경쟁이 심하다보니 작은 파이를 나눠먹는 꼴”이라며 “가게 앞 어떤 건물은 간판이 1년 새 3번이나 바뀔 정도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금방 그만 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과밀화가 심화하고 있는 부문에 자영업자가 계속 유입되면 사업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을 감안한 정책 지원이 나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자영업자 관련 영업 정보는 정확성과 시의성이 낮아 정부 정책 및 여신 심사 등에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이런 정보 부족은 과밀 업종 및 과밀 지역에 대한 자영업자의 추가 진입과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을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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