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내 하수구 빗물받이가 제 구실을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양심 없는 시민들이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 등 쓰레기 때문이다. 쓰레기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악취를 풍기고 있는 가운데 장마철 역류현상으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민의식 제고가 중요하지만 해소대책은 없는지 지방자치단체 등 당국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대전시 내에 설치된 하수구 빗물받이는 약 12만 5000여개소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가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하수구가 막혀 역류현상으로 인한 침수피해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주민들도 고통이지만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의 고생도 이만저만 아니다. 환경미화원들은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 자주 치워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수구 청소업체도 매월 청소를 하는데도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까지 발견되는 등 버려진 양심들로 인해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런 현상은 대전뿐만 아니라 서울 등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흡연자 701명을 대상으로 담배꽁초 처리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흡연 후 담배꽁초를 한 번이라도 길거리에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77.2%(541명)에 달했다. 그만큼 담배꽁초 투기가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상 담배꽁초를 투기하면 경범죄로 3만 원의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단속할 인력도 부족하고 증거를 잡기도 쉽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홍보를 강화해 시민의식 개선에 기대는 것이 우선이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등과 같이 관련 법규를 강화해 투기 시 범칙금을 대폭 올리는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근절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흡연자들을 무작정 내몰기만 할 것이 아니라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담배꽁초를 합법적으로 버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흡연자들이 쓰레기통이 없으니 잘 안 보이는 배수로 등에 버리는 것이 아니냐며 이런 불편을 해소해주면 담배꽁초 투기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환경연합 조사에 따르면 담배꽁초를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담배꽁초를 판매점에 반환한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캠페인을 진행할 경우 동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86%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무작정 양심에 호소하고 단속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담배꽁초 수거함을 늘리고 재활용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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