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모습·봉황 머리의 산세 전설 간직한 기암괴석 압권
자연휴양림·덕산온천 산 찾은 길손 쉼터로

2013년 1월 충청남도청 이전을 앞둔 ‘내포신도시’ 건설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덕산면 경계에 작고 아담한 바위산인 용봉산(龍鳳山; 381m)이 있다.
충청도를 가르는 차령산맥의 지맥으로서 가야산의 한 줄기인 용봉산은 산세가 용의 모습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고려시대에는 차령 너머 충청도 서북쪽 최대도시인 홍주(洪州; 홍성)의 북쪽 진산이어서 ‘북산(北山)’이라고 부르다가 조선시대에는 8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팔봉산’이라고도 했다.
또, 일제 강점기에는 산의 정상이 홍성군 홍북면에 속할 뿐 아니라 용봉사가 있다고 홍성군 지역을 용봉산, 예산군 덕산면 쪽에 수암사((秀岩寺)라는 절이 있다고 예산군 지역의 산을 수암산(260m)이라고 각각 부르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용봉산을 금강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오래 전부터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용봉산 남쪽 기슭에 통일신라 39대 소성왕 원년(799)에 지은 사찰이라고 하는 용봉사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오래 전부터 용봉산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알 수 있다.
용봉산은 계곡이 깊거나 산세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넓고 평평한 평야지대에서 불쑥 솟아오른 바위산으로 이루어져서 한층 더 크고 우람하게 보인다.
평지에 불쑥 솟아오른 화강암지대여서 이름난 덕산온천이 분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바위산이 특징인 용봉산은 봄이면 마치 수석(壽石) 전시장처럼 아기자기한 바위 사이로 피어난 온갖 꽃들이 어우러져 절경이고, 여름철에 잠시 폭우라도 쏟아지면 삽시간에 온 산이 폭포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을철에는 빛깔 고운 단풍이 등산객을 유혹하는데, 특히 병풍바위, 장군바위 등 전설을 간직한 기암들이 많은 능선을 걸을 때 바라보이는 동쪽의 홍성, 예산 들녘은 물론 서쪽의 수덕사, 덕산 까지 조망되는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홍성군에서는 용봉산을 ‘홍성 8경’의 하나로 삼아 대대적인 개발에 나서 용봉산 정상을 거쳐 악귀봉~북동쪽으로 홍성군과 예산군 군계(郡界) 남쪽에 용봉산자연휴양림을 만들고, 사계절 휴양지로 삼고 있다.

산행은 용봉초등학교ㆍ용봉산 입구 표지판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사조마을수련원 앞에서 시작하는 코스 등 2코스가 있는데, 용봉초등학교에서 출발해서 정상을 거쳐 용봉사 쪽으로 내려오면서 용봉산 전체를 돌아보는 코스가 좋지만 자가운전자들은 하산후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불편 때문에 사조마을수련원~용봉사~마애석불~악귀봉~노적봉~최영 장군 활터를 거쳐서 다시 사조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더 좋아한다.
용봉초등학교에서 약10분쯤 올라가면 미륵석불(충남도지정문화재 제87호)과 그 오른편에 작은 암자인 미륵암이 있는데,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미륵석불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빌면 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미륵불을 거쳐서 투석봉~용봉산 정상까지는 약30분 정도이고, 정상에서 바윗길로 약10분 정도 내려가면 낙타등 같은 큰 바위 노적봉(350m)이 있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용봉산에서 제일 큰 바위인 악귀봉(369m)이고, 오른쪽으로 용봉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인데, 악귀봉에서 직진하여 대피소가 있는 오른편으로 돌아서 임간휴게소~전망대를 거쳐 덕산으로 하산하는 길과 왼편으로 돌아서 신경리 마애불(보물 제355호)~용봉사로 하산할 수 있다. 특히 신경리 마애석불에서 1시 방향으로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병풍바위’는 각각 한 폭의 병풍처럼 갈라진 각 줄기의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한 폭처럼 나뉜 바위틈마다 마치 분재(盆栽)처럼 기묘하게 자란 소나무의 모습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동양화가 아닐 수 없다. 산행은 보통 2시간30분정도 걸린다.

한편, 덕산온천에서 609번 지방도를 따라 세심천호텔 앞을 거쳐서 약8km쯤 남진한 뒤 사조수련원 주차장 앞에서 시작하는 등산코스가 인기다.
구룡대매표소에서 약100m쯤 올라가면 왼편은 최영 장군 활터(339m)~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편으로 직진하며 노적봉을 거쳐서 정상으로 가는 길로 갈라지는데, 왼편 코스의 경치가 더 아름답다.
작은 계곡을 건너면 용봉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이고, 곧 암릉길이 시작되는데, 이내 등 뒤가 훤히 드러나는 내포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10여 분 뒤에 이르는 산릉에는 정자각이 있고, 최영 장군 활터란 팻말도 있다. 최영 장군 활터란 아마도 용봉산 동쪽의 홍성군 홍북면에서 태어난 장군의 이름을 빌어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이곳부터는 짤막한 기복이 반복되는 평탄한 기암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그 많은 바위마다 장군바위, 촛대바위, 어머니바위, 삼형제바위, 사자바위, 부엉 바위, 매바위, 마당바위, 가마바위, 삼등바위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등산로는 중간 중간에 험로와 일반 등산로로 나눠지는데, 험로를 택하면 기암괴석을 직접 타면서 암벽 등반의 묘미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

사실 전국의 명산 계곡치고 유명한 사찰이 있듯이 용봉산 북서쪽 병풍바위 아래에도 통일신라시대 소성왕 원년(799)에 지은 사찰이라고 하는 용봉사가 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사적기는 없고, 오히려 사찰 터와 고려시대 불상인 마애석불(충남도유형문화재 제118호), 석조(충남도문화재자료 제162호), 부도(충남도문화재자료 제168호), 절구, 맷돌 등 유물들로 미루어보면 오히려 고려시대의 사찰로 추정된다.
특히 용봉사 바로 위에 약4m 크기의 신경리 마애석불(보물 355호)은 산행의 초입에서 맛보는 작은 즐거움이기도 한데, 고려 초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의 온화한 미소가 일품이다. 명문이 있는 마애불로는 국내 유일하다고도 하는데, 그 오른편으로 마치 병풍을 펼친 것 같은 멋진 기암괴석의 병풍바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편, 마애불과 용봉사 사이에는 풍양 조씨의 무덤이 있는데, 이 무덤은 조선중기의 한 세도가가 용봉사 터가 명당이라는 소문을 듣고 절을 없앤 후 그 자리에 선조의 무덤을 조성한 것이라고 전해온다.
홍성군에서는 1993년부터 용봉산 개발에 나서서 숲속의 집 등 펜션 형으로 지은 5개 동을 포함해서 산림휴양관, 산림전시관 등으로 구성되는 용봉산자연휴양림을 만들어서 가족이나 청소년들의 단체수련을 할 수 있도록 꾸몄는데,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숲속의 집과 산림전시관은 내포문화 역사와 용봉산의 유적과 유래, 용봉산의 사계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밖에 용봉산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전망 구름다리 등의 편의시설과 인공폭포는 시원한 폭포소리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등산로 주변에 한라구절초를 비롯한 50여 종의 각종 야생화를 심은 야생화단지와 약3㎞에 이르는 트레킹코스를 개발해서 충남도청사가 이곳으로 이주하면, 신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용봉산을 찾는 등산객과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다만, 홍성군과 예산군의 일부를 떼어서 만든 내포 신도시가 두 군의 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아닌 지역갈등과 쇠퇴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스런 점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