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앨범 제작하며 꿈 키워
연구원 근무하면서 뮤지션 활동 활발
“청년들이여 ‘하고 싶은 것’ 하길”
“나는 자타공인 맛집러, 이 구역 맛집 대마왕 등장, 내 앞에 맛알못(맛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귀를 쫑긋, 입가에는 미소가 활짝, 저기 거기 여기 요기, 맛집 탐방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맛집 대마왕 세 명과 함께하는, 배고플 때 찾게 되는 최고다 music”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행정원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이찬(28), 그리고 그의 음악 동반자인 서정현(28), 이석우(26) 씨가 손수 작성한 2집 앨범 ‘최고다’에 담긴 노랫말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거나 약간은 거창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랩과는 사뭇 다른, 맛집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이야기다. 발라드, 락 등의 음악 장르 중에서도 랩엔 정치적인 발언이 담기거나 비속어를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색깔 짙은 랩이 아닌 평범한 이야기를 가사로 담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음악이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래퍼들의 조금은 거만해보이고 우쭐해하는 행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래퍼들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자 이를 조금은 변화시켜보고 싶어서기도 하다.
대중들에게 ‘일상을 노래하는 예의가 바른(?) 래퍼도 많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친환경 인품 래퍼’를 꿈꾸고 있는 정 씨는 연구원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삶도 같이 살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일념에서다. 금강일보는 5월 3일 창간을 맞아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고 있는 청년 ‘정이찬’, 그리고 그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한다. 편집자

#. 중학교 때부터 앨범 제작…입시 스트레스 ‘음악’으로 해소
음악으로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어느덧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나 그렇듯, 조금은 부족하고 서툰 어린 시절 말이다. 정 씨는 “서로 랩을 좋아한다는 관심사가 통했다. 음악이라는 취미를 조금은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같이 저렴한 마이크를 사다 녹음을 하면서 잡음이 많이 섞인 앨범을 제작했다. 부끄럽지만 친구들에게 녹음한 앨범을 돌리기도 했다”며 “좋아하는 동물, 음식 등을 생각하며 흥얼거렸던 이야기를 담았다. 비록 많이 부족한 앨범이었지만 생각보다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멋쩍어했다.
이들이 음악을 취미로써 즐겨왔던 이유는 일종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음악을 좋아했던 면도 있지만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통로였단다. 정 씨는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학창시절 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입시였다”며 “힙합은 비교적 월등한 가창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가사를 쓰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아 즐겼던 것 같다. 평소 좋아했던 새, 음식 등을 노래에 담아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받았다. 뒤돌아보면 가장 힘든 시기에 음악이 회복제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음악이라는 장르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해 여름이다. 첫 앨범 ‘이리오새요’를 발매하면서부터다. 어느 정도 제목에서도 짐작이 가듯이 노래의 소재는 새다. 정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무심코 불렀던 이야기를 지금 같이 음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고퀄리티로 제작해줬다”며 “지난해에 이어 3월엔 2집 앨범도 냈다. 음악을 하면서 취업 등의 진로에 대해 불안해하던 때도 있었지만 음악을 선택한 삶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주변 시선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망설이지 않고 음악에 뛰어든 것에 만족하고 있고 음악을 할 때엔 ‘내가 최고다’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웃음지었다.
#. 연구원 메리트 ‘톡톡’…본업 외엔 음악에 ‘올인’
ETRI에서 정 씨의 업무는 연구 성과를 홍보하는 일이다. 연구원에서 창출되는 연구 성과를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면서 이목을 끌 수 있게 하는가가 그에게 맡겨진 미션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논리적이라는 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과 감성을 노래하는 가수는 멀고도 먼 사이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는 음악 활동에 있어 연구원에서 근무중인 메리트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정 씨는 “형식은 다르지만 연구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 작성과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가사를 짓는 일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타인에게 와닿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홍보를 하는 업무를 하다보니 우리의 음악 또한 어떻게 대중에게 잘 전달될 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 도움된다. 또한 ICT 대표기관인 ETRI에서 근무하고 있는만큼 도래하는 4차산업혁명과 이와 함께 변화하는 음악 산업, 즉 향후 인공지능(AI)이 가사를 써주는 미래 등을 내다보는 데 장점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 씨는 본업 외엔 음악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비록 몸은 떨어져있더라도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그들이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얘기를 나눈다. 그는 “개인적으로 발성 연습을 위해 보컬트레이닝을 꾸준히 받고 있으며 피아노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합주를 하다보니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각자 맡은 분야를 연습하는 일은 기본”이라며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자주 모일 수는 없지만 메신저를 통해 음악 작업을 하거나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 ‘우리 만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내친 김에 대전방문의해 테마송까지
이들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친환경 인품 힙합’ 가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주에 여념이 없다. 정 씨는 “‘친환경 인품 힙합’은 우리의 정체성이다. 비싼 음악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 동물 등의 콘셉트를 주제로, 가성비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에도 비싼 카메라나 녹음 장비가 아닌 무료 이미지 등을 사용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주변에선 다른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해서 유튜브 등에 올려보라고도 하지만 그것은 대중들이 우리의 음악을 듣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찾아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 대중들이 들었을 때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유쾌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나아가 정 씨는 대전 내 대덕특구에 근무하고 있는만큼 ‘대전방문의해’에 맞춰 테마송 제작에도 열성을 쏟고 있다. 그는 “부산갈매기, 여수밤바다와 같은 현대적 감각의 테마송이 없다. 올해부터 3년간 대전방문의해인만큼 대전을 대표할 수 있는 노래 또한 있으면 좋겠다”며 “대전시에 제안해 대전을 알릴 수 있는 노래를 구상 중에 있다. 대전의 자랑거리인 계족산이나 대덕특구 등을 소재로 한 노래 샘플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 씨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는 당당하고 나태함은 지양한다는 것이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 씨는 “아무리 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직종이라하더라도 본인이 흥미를 갖지 못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건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며 “다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똑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청년들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나태하지 않고 똑똑히 준비하며 자기가 하는 일에 당당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